탈출한 사슴 수원서 시민 2명 공격
때·장소 안가려… 각종 사고 위험
지자체들 감독 권한 없어 대책 방관
최근 경기도 내 도심 속 사육 동물이 곳곳에서 출몰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동물이 예측하기 힘든 장소에서 나타나 인간은 물론 동물에게도 위험한 상황이 되면서 지자체의 책임 있는 관리 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11일 오후 2시께 수원시의 한 사슴 농가는 굳게 잠긴 울타리 너머 삼중으로 철장이 세워져 있었다. 낯선 이가 가까이 가자 놀라 달아나는 듯했지만, 일부 수사슴은 호기심을 보이며 서서히 다가오기도 했다.
앞서 지난 6일 수원시 영통구의 한 공원에서 뿔이 달린 사슴이 시민 2명을 공격하고 달아나 시·경찰·소방 등 30여 명의 인력이 사흘간의 추격 끝에 생포했다. 관내 사슴 농가들은 사슴 개체 수를 확인하고, 시설 등을 재점검해야만 했다.
수원시에 따르면 해당 사슴의 최초 목격 일시인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관내 사슴농가에 유실된 개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생포된 사슴은 최소 1년 가까이 야생화가 진행됐지만, 태생부터 야생 개체가 아닌 사슴 농장에서 사육된 동물로 추정하고 있다. 한반도 내에 자생하는 토종 사슴은 이미 1950년대 전후로 멸종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는 사슴이 인접 지자체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일 의왕시의 한 도로에서 발견된 사슴 역시 인근 사슴 농장에서 탈출한 개체였다.
도심 속 사육동물 출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엔 성남시 중원구의 한 생태체험장에서 탈출한 타조가 도로를 질주하는 일이 있었고, 지난달 수원시 광교산 일대에선 누군가가 유기한 것으로 보이는 개 7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 동물들이 도심 속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해 인간들과 접촉하며 마찰이 생긴다는 점이다. 도로 위 동물의 경우 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을뿐더러 위협을 느낄 시 공격성을 보이기도 한다. 전염병 보균 중인 개체는 경우에 따라 타 동물에 병을 옮길 우려도 있다.
지난달 광교산에서 발견된 개 중 브루셀라 균에 감염된 개체 4마리는 살처분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지자체의 감시망은 여전히 느슨하다. 성남시의 경우 타조가 한 차례 탈출한 적이 있음에도 이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당 생태체험장이 보유 개체 수 등의 이유로 동물 전시 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별다른 관리 주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원시 역시 암암리에 신고 없이 길러지거나 타 지자체에서 넘어온 동물은 손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동물단체들은 도심 속 사육동물에 대해 생태학적 특성을 고려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 거주지 인근으로 동물을 데려온 만큼 인간이 책임져야 한다"며 "인간의 편의주의가 아닌 사육동물의 건강, 생태, 가축화 정도를 고려해 적절한 보호 관리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