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인천과 대구의 경기에 앞서 ‘flex 7월 이달의 감독상’ 시상식 후 인천 구단의 전달수 대표이사, 조성환 당시 감독, 유정복 구단주(사진 좌측부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해 8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인천과 대구의 경기에 앞서 ‘flex 7월 이달의 감독상’ 시상식 후 인천 구단의 전달수 대표이사, 조성환 당시 감독, 유정복 구단주(사진 좌측부터)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2(2부)로 강등이 확정된 인천 유나이티드가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전달수 구단 대표이사가 강등의 책임을 안고 떠난다.

12일 인천 구단에 따르면 전 대표이사는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시장과 면담에서 사의를 표명했으며, 유 시장도 전 대표이사의 사표를 수리했다. 전 대표이사는 15일까지 업무를 마무리하고서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올 예정이다.

‘시·도민 구단의 원조’ 인천은 지난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하나시티즌에 1-2로 패배하며 오는 24일에 있을 대구FC와 시즌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리그 최하위와 함께 강등이 확정됐다. 인천은 2003년 창단 후 시·도민 구단 중 유일하게 2부를 경험하지 않으며 ‘생존왕’으로 불렸다.

이번에 ‘생존왕’ 타이틀을 내려놓은 인천과 함께 전 대표이사는 직을 내려놓게 됐다. 전 대표이사는 대전전 패배 후 “우리 구성원들이 이런 큰 상처를 받은 것은 누구보다 최고경영자인 나의 책임”이라며 “책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팬들에게 이런 실망을 안겨 너무 죄송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전 대표이사는 박남춘 전 인천시장 때였던 2019년 초 구단 대표로 취임했다. 3년 임기를 마친 2022년 초 전 대표이사는 박 전 시장의 전폭적 지원 속에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해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유정복 시장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전 대표이사는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유 시장 또한 당시 구단을 잘 이끈 전 대표이사를 꾸준히 신임했다. 이를 토대로 2022시즌 인천은 2013시즌 이후 9년 만에 파이널A(1~6위)에 진입했으며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K리그1의 승강제가 시행된 이후 최고 성적이었으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도 따냈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도 파이널A에 들며 리그 5위로 시즌을 마친 인천은 첫 출전한 ACL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비록 조별 리그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인천은 일본 J리그의 강호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 2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강팀으로 입지를 다진 인천이었지만, 올해 2부로 강등하면서 강자로서의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인천시와 구단은 전 대표이사의 후임자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역 축구계에선 이번 전 대표이사의 사퇴와 함께 10여명의 구단 이사들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롭게 출발하려면 전면적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축구인은 “전 대표이사 사임 후 기존 이사들 중에서 대표이사로 선임하거나 대행으로 앉히는 건 변화와 혁신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와 같다”면서 “구단의 강등에 대한 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번 기회에 이사진들도 전면적으로 물갈이한 후 새롭게 구단을 꾸리는게 인천 구단의 혁신적 변화와 쇄신에 합당한 조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태스크포스(TF)팀 구성 등 인천 구단의 변화와 혁신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와 구단의 행보에 지역 축구인들과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