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돌봄·지구살리기… 어려운 분들 생각에 기운나"


마을 부녀회 일 첫 인연, 천직 여겨
수지침·동포 국내정착 도움 등 온정
"일방적 도움 아닌 상부상조하는 것"

어영숙 양주 청담마을노인회장은 올해로 24년째 양주 지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4.11.5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어영숙 양주 청담마을노인회장은 올해로 24년째 양주 지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24.11.5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그저 내가 사는 곳에서만이라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그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평생 살았어요."

어영숙씨는 양주지역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 인사다. 현재 양주시 청담마을노인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어씨는 지난 24년간 지역에서 각종 봉사활동을 하며 봉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왔다.

어 회장은 "마을 부녀회 일을 시작한 것이 인연이 돼 봉사에 눈을 뜨게 됐고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딱 들어맞는 일을 찾았다는 마음에 처음엔 봉사라는 거창한 생각 없이 마냥 열심히만 했다"고 말했다.

어 회장은 이때부터 양주 지역에서 안 해 본 봉사가 없을 만큼 크고 작은 봉사활동에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그중에서도 올해 13년째 이어오고 있는 수지침 봉사는 어 회장이 애착하는 활동이다. 2011년 무렵 수지침을 배우면서 함께 시작한 동료들과 봉사회를 조직해 요양센터, 경로당, 주간보호센터 등 노인시설을 돌며 지금까지 수지침 봉사를 펼치고 있다. 사실 수지침을 배우게 된 동기도 봉사활동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어 회장은 "자식들을 다 키워 품속에서 떠나보내고 혼자 외롭게 사시는 어르신들이 요즘 들어 부쩍 늘고 있는 것 같아 늘 마음이 좋지 않다"며 "종종 찾아가 말벗이 돼주고 건강을 챙겨드리고 오면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털어놓았다.

어 회장의 봉사는 어르신 돌봄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는 지구를 살리는 일에 열정을 태우고 있다. 경기도와 양주시자원봉사센터가 진행하는 '탄소중립 리빙랩' 사업에 참여하며 배달음식 줄이기, 생수 대신 물 끓여 마시기, 개인 컵 사용하기 등 탄소배출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어 회장은 일제강점기 때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오래도록 고국과 단절된 삶을 산 러시아 사할린 동포 1세들의 국내 정착을 돕는 일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는 사비까지 털어 생필품과 음식 등을 마련해 제공하는 등 이들에게 온갖 도움의 온정을 전하고 있다.

어 회장은 "돌아보면 많은 일을 한 것 같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며 "아직 내 주변에는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매일 그들을 생각하며 기운을 내고 있어 일방적인 도움이라기보다 서로 상부상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