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조성 후 라면·스낵 핵심 제품 두루 생산

기업들 빠져나간 군포시에도 효자 역할 ‘톡톡’

홍보관 찾은 아이들 “만드는 과정 보니까 신기”

농심 안양공장
군포시 당정동에 소재한 농심 안양공장의 홍보관 앞. ‘인생을 맛있게, 농심’ 슬로건이 적혀있다.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농심은 가히 대한민국 대표 식품 기업 중 한 곳이다. 많은 이들이 농심 제품으로 둘러싸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신라면을 먹으며 백산수를 마시고 간식으로 새우깡을 먹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다.

1965년 롯데공업으로 시작한 농심은 서울 대방동에서 출발했는데, 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분식을 장려하면서 국내 라면 시장이 급성장한데다 1971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스낵 새우깡이 성공하면서 제조 공장의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에 있던 많은 기업들이 왕래가 편리한 안양 일대에 공장을 짓던 무렵, 농심 역시 1976년 군포시 당정동에 안양공장을 조성했다. 그리고 50년 가까이 농심 안양공장은 농심에도, 군포에도 상징적인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심 안양공장
군포시 당정동에 소재한 농심 안양공장. 1976년 조성된 이후 수도권 생산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군포에 있는 안양공장

농심의 제조 공장은 전국에 크게 6개가 있다.

이 중 안양공장은 같은 해 조성된 부산공장과 더불어 농심 제조 공장 중 가장 오래된 편에 속한다.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육개장사발면 등 라면 대표 제품들과 새우깡을 포함한 스낵 대표 제품들, 냉동면 등 농심의 핵심 제품들을 두루 생산하고 있다. 공장이 지어진지만 48년이 됐지만 수도권의 거점 역할을 하는 곳인 만큼, 농심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장소다.

농심 공장은 소재한 곳마다 지역 전반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농심 구미공장이 위치한 경북 구미다. 구미공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라면 생산 공장이다. 이 점에 착안해 구미시는 2022년부터 ‘구미라면축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에만 12만명이 축제를 찾을 정도였다. 지역을 알리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농심의 대표 라면 제품 중 하나인 안성탕면은 이 제품의 생산 공장인 안성 공장에서 착안해 명명됐는데, 안성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농심 안양공장 홍보관 ‘롯데라면’
농심 안양공장 홍보관에 전시돼있는 농심의 첫 라면 ‘롯데라면’. 당시 사명은 ‘롯데공업’이었다.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안양공장 역시 군포시에 매우 특별한 곳이다. 유수의 기업들이 군포시를 떠나간 이후에도 농심 안양공장은 그 자리를 지켰다. 현재 안양공장은 규모 면에선 지역에서 가장 큰 축에 속하는 사업장이다.

기업 감소세가 가속화돼 지역 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재정 운용에도 빨간 불이 켜진 군포시로선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안양공장 역시 나눔 활동을 이어가는 등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중점을 두고 있다.

농심 안양공장 홍보관 포토존
농심 안양공장 홍보관 내 포토존. 너구리 라면 캐릭터 대형 인형 모습.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어린이들과 함께 한 안양공장

농심은 전국 주요 공장에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양공장도 예외는 아니다. 보통 목요일 오전에 견학을 진행하는데 매달 1~4일에 다음 달 견학을 예약받는다.

지난 14일 오전에도 안양공장 한 쪽에 마련된 홍보관에서 1시간가량의 견학이 진행됐다. 시흥 월포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안양공장을 찾았다. 홍보관은 크게 농심 홍보 영상과 제품 공정 소개 영상을 시청하는 영상관, 농심과 주요 제품들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관, 직접 만들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체험관과 포토존으로 구성돼있다.

첫 장소인 영상관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곳곳에 놓인 ‘너구리’ 라면 캐릭터 쿠션들을 보고 “우와”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신라면과 새우깡 제조 공정을 소개하는 영상을 시청할 때도 신기한듯 눈을 떼지 못하거나 영상 속 자막을 한 자 한 자 따라 읽었다.

이어 전시관에서 라면을 튀길 때 쓰는 팜유가 깨끗하고 나트륨 함량이 보통 알고 있는 것보다 높지 않다는 설명을 듣고는 왠지 안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시관에 놓인 대형 신라면과, 지금은 볼 수 없는 그 옛날 라면들을 보며 저마다 눈을 반짝였다.

당초 ‘나만의 라면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체험관에선 대신 소외 아동들에게 전달할 우산을 직접 꾸미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성심성의껏 우산을 장식한 아이들은 포토존으로 이동하자 이내 곳곳에 놓인 너구리 라면 캐릭터 인형과 기념 촬영을 하느라 분주했다.

농심 안양공장 견학
지난 14일 오전 농심 안양공장 홍보관을 견학한 시흥 월포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라면에 쓰이는 팜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이날 견학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라면을 물으니 대체로 신라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린이 입맛엔 다소 맵지 않을까 싶어 물으니 “매운데 맛있다”고 답했다. 평소 즐겨 먹던 라면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상세하게 보게 돼 매우 신기하고 재밌었다는 게 공통된 소감이었다.

정서로·심지욱 학생은 “라면과 과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게 돼 신기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농심 라면이 팔리고 있다는 점도 처음 알게 돼 놀라웠다”고 말했다. 맛있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던 라면과 과자들이 생각보다 좋은 재료를 써서 건강에 해롭지 않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도 인상깊었다고 했다. 권승국·조유찬·박시은 학생은 “라면은 맛있지만 그래도 짜니까 건강에는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기름으로 튀기고 나트륨 함량도 적다고 하니까 신기했다. 생각보다 건강에 해롭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견학 마무리 단계에 신라면과 안성탕면, 새우깡과 꿀꽈배기 등 안양공장에서 생산되는 라면·스낵 대표 제품들이 기념품격으로 제공됐다. 제품 종류가 많아 하나씩 담다보니 커다란 에코백이 어느새 가득 찼다. 가방을 품에 안은 학생들도 매우 기쁜 듯 모두 함박웃음이었다.

농심은 2021년부터 ‘인생을 맛있게, 농심’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한 미소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 50년 가까이 농심 안양공장은 지역을 보다 풍성하게, 그리고 일상을 맛있게 만드는데 한몫을 했다. ‘군포를 맛있게, 농심’이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