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보랴, 전화하랴… 버거운 ‘2인 구급차’
환자 상태 악화되지 않도록 체크
최근엔 응급실 찾는 일까지 진땀
행정업무 분담할 ‘3인 체제’ 목청
‘119 구급대’는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일선에서 365일 24시간 내내 촌각을 다툰다. 온갖 사고 현장에서 환자를 가장 먼저 맞는 이들은 1차 응급처치를 진행하고, 병원 응급실에 도달하기까지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그야말로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특히 의정갈등으로 응급실 입원이 여의치 않은 상황까지 겹쳐 이제는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까지 더해졌다.
이처럼 구급대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경기도 내 절반은 여전히 ‘2인 구급차’ 형태다. 구급대원 1명과 운전대원 1명이 출동하는 구조다. 응급실로 이동하는 과정엔 사실상 단 한 명의 구급대원만이 곁에서 응급환자를 담당하며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2인 구급차의 근무여건은 실로 열악하다고 일선 구급대원들은 입을 모은다. 1분 1초라도 아껴 응급환자를 처치하고 가까운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해야 하지만, 환자를 홀로 맡을 수밖에 없어 환자의 상태와 반응을 제대로 살피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운전대원 1명에 구급대원 2명이 출동하는 ‘3인 구급차’ 형태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 동부지역 한 소방서의 구급대원 A소방장은 “특히 긴박한 상황에서 혼자 환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최근에는 환자를 받는 응급실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보통 출동 한 번 당 병원을 찾는 전화만 10통가량 하고 있는데, 환자의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 순간조차도 전화를 붙잡고 있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구급활동 업무는 올해 응급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가 도입되면서 더욱 고도화됐고, 시민들의 119 구급대에 대한 기준도 과거에 비해 더 높아졌다. 이제는 2인 구급차 인력만으로 그 기준을 충족시키기엔 버겁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A소방장은 “과거에는 환자의 상태를 보면서 구급활동일지만 작성하면 환자를 이송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KTAS를 통해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해야만 응급실 이송이 가능하고, 구급활동일지도 작성할 수 있게 됐다”며 “3명의 구급대원이 출동할 경우 1명은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다른 1명은 응급실 섭외 등 행정 업무를 분담할 수 있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 경기본부 정용우 위원장은 “경기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구급대원 인력난은 단지 구급 분야만이 아니라 소방 조직 전체가 공감하고 있는 문제”라며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3인 구급차의 확대가 필요하고, 구급대원은 환자를 돌보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