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사직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 3m 스프링보드 싱크로나이즈드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강민경(앞쪽)과 임선영이 다이빙하고 있다.
한국 다이빙이 온갖 역경을 딛고 '인동초'를 피워냈다.

8일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추가된 여자 3m스프링보드 싱크로나이즈드 경기에서 강민경(제주남녕고)-임선영(부산동여고)조가 지난해 세계선수권 1위인 중국의 궈징징-우민샤조에 이어 당당히 2위에 오름으로써 86서울대회 때 이선기 이후 16년 만에 메달을 따낸 것.

특히 여자선수가 입상한 것은 부산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 감독인 김영채(대한수영연맹 수중발레 이사)씨가 66년과 70년, 10m 플랫폼에서 각각 동, 은메달을 획득한 뒤 무려 32년 만에 이뤄진 쾌거다.

이날 일본을 누르고 2위에 오른 한국 다이빙의 선전에 대해 중국 코칭스태프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민경-임선영조의 메달 획득이 '기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지난 4월에야 대표팀이 재구성될 만큼 붕괴 위기에 놓인 국내 다이빙계의 말 못할 현실 때문이다.

다이빙은 중국과 북한의 경우에서 보듯 투자만 제대로 이뤄지면 올림픽 메달까지 가능한 유망종목이지만 대한수영연맹에서조차 외면당해 경기력 향상은 고사하고 종목 존속이 과제가 된 지 오래다.

빠듯한 살림을 내세워 경영에 투자를 집중시키는 수영연맹의 무관심 속에 울분만 삼키던 다이빙 대표팀은 지난해 1월 연맹이 국고 지원을 받는 다이빙 전임지도자 자리마저 없애자 '다이빙 죽이기'라며 훈련에서 집단이탈하기도 했다. 그러나 훈련거부 파동은 오히려 다이빙에 큰 상처만 냈다.

'파업'을 주동했다는 이유로 10년간 대표팀을 지켜온 박유현 감독이 연맹에서 영구 제명당해 직장인 강원도청에서도 쫓겨나 실업자로 전락했고, 대표팀은 그해 5월 오사카 동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해체 수순을 밟기에 이르렀다.

다이빙은 수중발레와 수구 등 수영의 이른바 '기타종목'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는 '대한경영연맹'으로부터 칼질을 당했지만 “세계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 만큼은 꺾이지 않았고, 이런 의지는 아시안게임을 향한 눈물겨운 노력으로 이어졌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마땅한 지도자가 없기에 다시 등용될 수밖에 없었던 박유현 감독은 지난 4월 권경민(강원도청)과 임선영 등 선수 6명을 갖고 '무리수'라는 지적 속에 전용연습장으론 국내 오직 하나뿐인 경기체고 다이빙풀에서 하루 9시간의 스파르타 훈련을 시작했고, 그 노력의 결실은 6개월 만에 기적과도 같은 값진 은메달로 찾아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