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난관 뚫고 가다듬는 ‘사업보국(事業報國)’
3분기 DS 영업익 2조5900억 감소
AI 메모리 주도권, 경쟁사에 뺏겨
4만전자 추락에 자사주 매입 강수
오늘 故 이병철 회장 37周 추도식
초격차 경쟁력 확보 조치 취할 듯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반도체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뺏겼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50% 이상 벌어졌다. 절대 강자였던 D램과 낸드 분야에서도 2위권과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주가는 올해 7월 최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추락해 최근에는 고점 대비 40% 이상 떨어지며 한때 ‘4만 전자’로 주저앉기도 했다. 여기에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정부가 재집권하면서 대외 리스크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경인일보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7주기를 맞아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의 위기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 관련기사 4·12면·편집자 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가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약화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창사 이후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은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7주기를 맞아 그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되새기며 반도체 위기를 타개해 나간다는 의지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전사 영업이익은 9조1천834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10조원대)를 밑돌았다. 그중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 설루션) 영업이익은 3조8천600억원으로 지난 2분기 영업이익(6조4천500억원) 보다 2조5천900억원이 줄었다.
여기에 반도체 부문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실기하면서 SK하이닉스에 3분기 기준 영업이익 1위 자리도 뺏겼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7월 최고점 8만8천800원을 찍었던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 4만9천900원까지 떨어졌다. 2020년 6월 이후 4년5개월만의 ‘4만전자’ 추락이었다. 530조원에 육박하던 시가총액도 4개월 만에 230조원 증발해 300조원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이례적으로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가가 4만원대로 추락하자 사측이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AI 가속기 선두인 엔비디아에 대한 HBM 납품이 예상보다 지연되는 데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반도체 업계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삼성전자의 위기 상황은 지역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 생산 캠퍼스가 있는 경기도 내 일선 지자체에선 법인지방소득세를 걷지 못해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또한, 반도체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기존에 계획한 공장 증설을 중단한 탓에 인력 감소로 인근 상권과 부동산까지 깊은 침체기를 겪는 등 지역사회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가 어렵다는 걸 정말 몸소 느끼고 있다”며 “반도체 사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건 사실이지만, 초일류 기업인 만큼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 창업회장의 기일을 맞아 19일 용인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추도식을 열고, 그의 ‘기술 중시’ 철학을 재확인하며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선 특단의 조처가 없다면 이번 위기는 해결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의 삼성전자가 아니다. 반도체 부문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이제는 리더십과 결단력을 보여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