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돌봄, 자유·건강 빼앗아

보고 말하고 만지는 것 필요”

 

지식 등은 잊어도 감정기억 간직

표현만 다를 뿐 기분 똑같이 느껴

과거 약물 의존… 신체 회복 홀대

소통 기반 ‘존중’ 새로운 해법으로

“치매 환자는 그동안 습득한 지식이나 최근 했던 일에 대한 내용은 잊지만, 감정기억은 가장 마지막까지 간직합니다.”

혼다 미와코(Honda Miwako·59) 국립병원기구 도쿄의료센터 종합내과 과장은 “감정기억이란 감각과 취향으로 이 음식을 먹어서 기분이 좋다거나, 현재 상황이 행복하다 또는 그렇지 않다를 구분하는 능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인일보는 지난달 21일 일본 도쿄 한 요양시설에서 혼다 과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치매 환자가 감정기억을 유지한다는 것은 표현하는 방식에서 차이만 있을 뿐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행복·성취·고립·상실·두려움 등 크게 기쁨과 슬픔으로 나뉘는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셈이다.

혼다 과장은 “과거 어떤 일로 좋았다 또는 그렇지 않다는 감정기억은 치매 증상의 경중에 따라 달라진다”면서도 “현재 이 상황과 소통이 좋은지, 아닌지는 치매 환자가 스스로 충분히 느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에는 치매 환자의 증상 완화, 안전 등 여러 이유로 치료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환자에게 필요한 돌봄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한다. 환자가 정서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혼다 미와코(사진) 국립병원기구 도쿄의료센터 종합내과 과장이 지난달 21일 일본 도쿄의 한 요양시설에서 경인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0.21 일본 도쿄/박소연PD parksy@kyeongin.com
혼다 미와코(사진) 국립병원기구 도쿄의료센터 종합내과 과장이 지난달 21일 일본 도쿄의 한 요양시설에서 경인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0.21 일본 도쿄/박소연PD parksy@kyeongin.com

혼다 과장은 “그동안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이 자유와 건강 두 가지를 모두 빼앗는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의료기관은 병을 고치는 목표에 집중하기 위해 약물 요법에만 의존했고, 결국 환자는 스스로 밥을 먹거나 걷지 못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환자 감정을 보살피고 신체적 기능을 회복하는 부분을 소홀히 다뤘다.

혼다 과장은 치매 환자의 자유와 자립을 보장하는 돌봄 방식을 지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환자와 돌봄 인력이 소통을 기반으로 서로 존중하는 ‘휴머니튜드’가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휴머니튜드는 ‘보다’ ‘말하다’ ‘만지다’ ‘서다’ 등 네 가지 요소를 최우선으로 하는 돌봄 기법이다.

그는 치매 환자를 존중하는 돌봄 방식의 필요성에 대해 “환자와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이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고 접촉하는 등 교류를 늘리게 되면서 환자의 반응 능력이 향상되고 의료 현장의 만족도가 역시 커지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인간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돌봄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다 과장은 1993년 츠쿠바대학 의학전문학군을 졸업하고 미국 토머스제퍼슨대학 내과, 코넬대학 노년의학과에서 교육받았다. 현재는 국립병원기구 도쿄의료센터 고령자케어연구실장, 휴머니튜드 일본지부 대표 등을 맡고 있다.

※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도쿄/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