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이 깔린 돌봄이어야 환자 이해 가능”
복지실현 도구로 휴머니튜드 개발
환자 불안 제거·공감, 기술로 생각
유대감 형성·상호작용 가능해져
“치매 환자의 행복한 삶, 즉 복지를 실현하는 도구이자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젯 마레스코티(Rosette Marescotti·70) 프랑스 국제 지네스트-마레스코티(IGM) 연구소 공동 창립자는 지난달 29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휴머니튜드(Humanitude)를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휴머니튜드는 인간과 태도의 합성어로, 인간 존중을 바탕으로 한 치매 환자 돌봄 기법이다.
그는 병원에서 근무하던 당시 소리를 지르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는 치매 환자를 관찰하면서 휴머니튜드를 고안했다. 이 환자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요양 보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정작 목적지에 가면 본인이 화장실에 가고 싶었던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화를 냈다. 환자가 소리를 지르면 의료진은 공격 행위로 보고 더 이상 환자를 쳐다보거나 말을 걸지 않았고, 환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다른 동료를 불러서 침대에 고정시켰다. 또 다른 환자는 세면을 돕기 위한 손길이 느껴지면 놀라거나 소리를 질렀다. 환자들은 신경 수용체가 집중된 얼굴을 만질 때 다른 신체 부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돌봄 제공자들은 그런 이유를 짐작하지 못했다.
마레스코티는 휴머니튜드를 개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치매 환자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돌봄 제공자가 환자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게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레스코티는 휴머니튜드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치매 환자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파악하기 위해 성격과 취향, 가족 관계, 과거 직업 등을 충분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를 이해하는 게 환자를 존중하기 위한 첫 번째 전제 요건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환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정하고 인간적 교류 방법을 실행해야 한다”며 “단순히 환자를 돌보는 행위에서 벗어나 환자와 감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쌓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마레스코티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오랜 시간 시선을 맞추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화를 걸면서 ‘당신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이 같은 시도가 계속될 때 환자와 의료진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고 했다.
마레스코티는 프랑스 리모주 대학을 졸업하고 체육학 교사로 활동했다. 1979년 프랑스 국민교육·고등교육·연구청 요청으로 병원 직원 교육담당자로 파견됐을 때 치매 환자 돌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남편 이브 지네스트(Yves Gineste)와 함께 휴머니튜드를 개발했다. 저서로는 ‘가족을 위한 휴머니튜드’ ‘휴머니튜드 입문’ ‘휴머니튜드 혁명’ 등이 있다.
※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