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규제 확대 반발… 철회·완화 요구

 

“문화유산 규제로 발전의 기회 박탈”

경기도·국가유산청에 정책 마련 요구

24일 안양시 만안구 안양박물관 정문 앞에서 (가칭)안양박물관 주변지역 공공재개발 주민 대표회의 박홍귀 대표가 규제 완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4.11.24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24일 안양시 만안구 안양박물관 정문 앞에서 (가칭)안양박물관 주변지역 공공재개발 주민 대표회의 박홍귀 대표가 규제 완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4.11.24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60년간 문화재 보호로 피폐해진 주민들의 삶… 상생방안 조속히 마련해달라.”

수십년동안 문화재·문화유산 보존 규제로 피해를 입어 온 안양박물관 주변 마을(11월10일자 1·3면 보도) 주민들이 규제완화와 공공재개발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안양사지가 문화유산으로 추가되면서 규제 범위가 확대되자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인 WIDE] 문화재 지키려다 '삭아가는' 안양 석수동 일대

[경인 WIDE] 문화재 지키려다 '삭아가는' 안양 석수동 일대

제에 묶인 문화재 주변은 모든 것이 멈춘 채 낙후됐고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국가유산청이 새롭게 출범, '보존' 중심의 정책에서 '지속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주민들에겐 희소식이지만 현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문화유산 주변지역의 실태를 살펴보고 문제 해결의 방향과 과제를 제시한다. → 편집자주오래된 빌라와 다세대 주택들이 들어선 마을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주민 대부분 70대가 넘는 노인들이었고, 마을 내엔 편의점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 반지하를 낀 3층 빌라들 사이로 차가 지나기 힘들 정도로 비좁은 길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인도와 차도 구분도 없는 길에서 노인들 옆으로 택배 트럭이 위태롭게 지난다.1979년에 입주했다는 S연립주택은 45년의 세월을 지나는 동안 낡을 대로 낡았다. 벽면은 갈라지고 벽체가 떨어져 나가 곳곳에 철근이 보였다. 한 주민은 "콘크리트가 삭아서 이제 버티지 못해 비가 오면 물이 새고 건물이 기울고 있다. 살기가 힘들다"라고 했다.시간이 멈춘 것 같은 이런 모습은 조금만 마을을 벗어나면 완전히 달라진다. 마을 남쪽 개천 너머에는 2년전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마을 서쪽도 아파트와 고층 건물이 에워싸고 있다. 유독 이 마을만 하루하루 낙후되고 있다.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안양박물관과 맞닿은 이 마을은 수십년간 문화재보호법에 발이 묶여온 곳이다.마을 바로 옆 안양박물관 입구에 보물 제4호 '중초사지 당간지주'가 서 있다. 인근에는 경기도 지정 문화유산인 '중초사지 삼층석탑'과 '안양사지', '석수동 마애종'도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의 3분의 2가량은 건축물의 높이가 최고 8m 또는 14m(평지붕 기준)를 넘을 수 없는 규제를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7891
[경인 WIDE] '문화재 규제'로 낙후된 지역, 국가차원 지원해야

[경인 WIDE] '문화재 규제'로 낙후된 지역, 국가차원 지원해야

국가지정유산 주변 지역은 대부분 반경 500m가 건축 등의 행위를 제한받는다. 시·도 지정 유형문화유산 주변도 반경 200~300m가 규제 지역이다.현재 경기도에만 13개 국보와 200개 보물, 69곳의 사적 등이 국가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도 지정 문화유산도 유형문화유산 344개, 기념물 및 자연유산이 187개소에 달한다.(국가유산청 '국가유산 현황', 2023년말 기준)■ 달라진 법과 정책= 지난 5월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새롭게 출범하고, '국가유산기본법'과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문화유산법)'이 시행되면서 문화유산 주변지역에 새 희망을 던졌다. 문화유산을 통해 지역과 상생하고 미래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방향이 담겼기 때문이다.개정 문화유산법에는 역사문화환경보존지구 주변 주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제13조 2)가 추가됐다. 시·도지사가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보존지구 주민들을 위한 복리증진사업, 주거환경 개선사업, 기반시설 개선사업 등을 할 수 있다.도 관계자는 "이달 중 국가유산청에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면 국가유산청과 함께 시범사업이나 구체적인 지원사업 설계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원사업은 시·군 수요조사를 통해 보존지역의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상생과 미래가치가 핵심= 안양박물관 주변 주민들은 공공재개발사업과 함께 '문화유산 상생 프로젝트'를 요구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의 주요업무계획에는 지역별로 국가유산 활용 모델을 개발하고, 인지도·확장성이 높은 우수 활용사업을 선정해 지역 문화유산 활용 대표 브랜드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주민들은 안양박물관 일대에 문화관광 콘텐츠들이 집중돼 있는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7892

주민들로 구성된 ‘(가칭)안양박물관 주변지역 공공재개발 주민 대표회의(대표·박홍귀)’는 24일 안양박물관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문화재 보호라는 명분 아래, 주거 환경 정비와 지역 발전의 기회를 박탈당해 왔다”면서 “게다가 최근 제안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허용기준 조정안은 우리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공공재개발을 통한 재도약의 기회를 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초사지 당간지주 등 문화유산으로 인한 규제에 묶여 낙후된 안양박물관 주변 마을 전경. 규제지역 밖의 고층 아파트 단지와 규제에 묶여 개발이 제한된 지역이 뚜렸하게 대비된다. /경인일보DB
중초사지 당간지주 등 문화유산으로 인한 규제에 묶여 낙후된 안양박물관 주변 마을 전경. 규제지역 밖의 고층 아파트 단지와 규제에 묶여 개발이 제한된 지역이 뚜렸하게 대비된다. /경인일보DB

아울러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 발전은 인간의 기본 권리이며 공공재개발은 주민들의 염원이지만 과도한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면서 “경기도와 국가유산청은 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성명을 통해 밝힌 요구사항은 ▲반경 200m로 확대된 보존지역 규제 철회 및 기존 규제 완화 ▲주거환경과 문화재 보호가 조화를 이룰 현실적이고 균형잡힌 대안 마련 ▲정책 결정 과정서 주민 의견 충분한 반영 ▲원활한 공공재개발 추진을 위한 규제 조정 및 발전 가능성 제시 등이다.

안양박물관이 위치한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 일대는 보물 제4호 ‘증초사지 당간지주’와 경기도 지정 문화유산 ‘증초사지 삼층석탑’, ‘석수동 마애종’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때문에 수십년간 문화재보호법에 발이 묶여 마을 3분2가량의 건축물 높이가 최고 8m 또는 14m(평지붕 기준)를 넘을 수 없다. 노후된 빌라와 다세대 주택들, 비좁은 길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9월30일 안양도시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공공 재건축·재개발 공모에 주민 30%의 동의를 받아 신청서를 냈다.

또 지난달 30일 시가 공람·공고한 ‘경기도 지정 문화유산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허용기준 조정안’에 안양사지가 규제 대상 문화유산으로 추가돼 규제 범위가 확대되자, 지난 19일 규제범위 확장을 반대하며 기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민의견을 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24일 ‘(가칭)안양박물관 주변지역 공공재개발 주민 대표회의’가 안양박물관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규제완화와 공공재개발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24일 ‘(가칭)안양박물관 주변지역 공공재개발 주민 대표회의’가 안양박물관 정문에서 집회를 열고 규제완화와 공공재개발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한편 이날 중초사지 당간지주(보물 제4호)가 위치한 안양박물관 앞에서 상징적인 소규모 집회를 연 주민 대표회의는 다음달 1일 안양예술공원 인공폭포 앞 광장에서 수백명이 참여하는 두번째 집회를 갖는 등 규제 해소 및 정비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안양/박상일·이석철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