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대신 ‘살 길’ 찾는 학교들

 

공학, 90% 차지… 점차 늘어날 듯

교원 감소에 한계느껴 ‘통합’ 전환

학부모들 ‘남녀 공존’ 긍정적 반응

경기도 내 단성(單性) 중·고교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부모들이 남녀공학을 선호하는 현상이 맞물리며 공학 전환 추세가 가속화, ‘전통’보다는 ‘현실적’ 가치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24일 한국교육개발원의 지난해 기준 교육 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도내 중학교 661개 중 609개(92.1%)가, 고등학교 487개 중 443개(90.9%)가 남녀공학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내 전체 중·고교 10곳 중 9곳 이상이 공학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0년부터 내년 3월까지 단성 학교에서 공학으로 전환했거나 전환이 예정된 도내 중·고교는 총 11곳(중학교 5개교, 고교 6개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공학 학교 비율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 위치한 동원고와 동우여고가 통합돼 내년 3월 ‘동원동우고’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동원고와 동우여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경복대는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면 교원 감소로 이어져 교육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두 학교 통합을 결정했다.

동원고와 동우여고는 모두 1980년대에 첫 입학생을 받아 4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들이지만, 결국 통합을 피하진 못했다.

학부모들 역시 기존 남고·여고 대신 적정 성비를 갖춘 학교를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22일에는 과천 관내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과천중앙공원 야외음악당 일대에서 관내 일반계 고교 남녀 성비 불균형 문제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2022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내년에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시행은 물론, 남녀 학생의 학습권과 학교 선택권 보장을 위해 성비 균형이 맞는 적정 규모의 남녀공학 학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정모 씨는 “나중에 대학이나 직장에 가서도 쭉 남녀가 함께하는 사회에서 살아갈텐데, 학창시절 자연스레 친구들과 어울리며 성 역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내 자식을) 굳이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 있는 학교에 보내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단성 중·고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는 현상은 학생 자원의 감소 때문이 크다”며 “남녀가 공존하는 공학이 아무래도 학생들이 성 역할을 인식하는 데 있어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