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르신 자립 실현 ‘제도 전환’ 입법 논의
김예지 의원 노인복지법 개정안 발의
묶거나 격리하기 등 금지 규정 담겨
조문기 교수 ‘돌봄 방식 개선’ 주장
‘인간성 회복’ 환경 변화 등도 강조
국내에서 치매 환자의 신체적 자유와 정서적·사회적 자립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돌봄 제도를 손보려는 입법 논의가 최근 첫발을 뗐다.
김예지(국·비례)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노인복지법 개정안,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에는 요양시설에서 노인 등 치매 환자를 묶거나 격리하는 신체 제한 금지 규정이 담겼다. 규정을 위반한 요양시설에는 행정기관이 장기요양기관 지정을 취소하거나 업무를 정지하는 등 강력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김 의원은 개정안 발의 취지에 대해 “누구나 노인이 되고 누구나 요양원에 갈 수 있다”며 “나이가 들었다고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노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고 했다.
김 의원은 치매 환자의 신체적 자유를 확립하는 것은 돌봄 제공자와 환자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환자가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인식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치매 환자는 보통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돌봄 제공자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억압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요양보호사나 의료진 편의에 따라 신체적 자유가 침해받는 사례가 개선되면 환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도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치매 환자를 바라보는 인식 개선과 함께 환자가 자신의 삶에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문기 숭실사이버대 요양복지학과 교수는 “치매 환자와 돌봄 제공자, 가족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환자의 심리행동 증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강압적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이라며 “환자와 협력적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휴머니튜드’와 같은 돌봄 방식을 현장에 적용하고, 잘못된 돌봄 방식을 유형화해서 개선 방안을 찾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돌봄을 제공하는 시설과 돌봄을 받는 개인 간 계약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이 공급자(시설) 위주로 운영되는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 현상이 고착화하면서 환자를 이해하거나 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려는 노력이 미흡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치매 환자에게 집단으로 똑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시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업무 중심으로만 변하면서 환자 즉 사람에 대한 이해는 사라졌다”며 “환자가 누구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들의 개별성을 무시하는 사례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치매 환자가 인간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돌봄 제공자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치매 환자의 인지 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이동하고,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환자의 신체적 자립이 이뤄지면 더 나아가 사회적 존재로서 자립도 실현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