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삶’ 사람다운 존재로… 현장이 변하고, 정책 바뀌어야
‘신체 구속 행위’ 가장 먼저 개선 절실
“지침·제도 불명확… 기존 행태 반복”
새로운 치매 돌봄 지향점 시급한 시점
치매 환자 자율에 기반해 자기 결정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려는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환자의 신체적 자유와 정서적·사회적 자립을 추구하는 돌봄 기법 ‘휴머니튜드’(Humanitude·인간과 태도의 합성어)가 안착하려면 실효성 있는 현장 변화와 정책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휴머니튜드 돌봄을 주제로 한 기획 취재를 하면서 만난 환자 가족,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환자 신체 구속 행위를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의 신체적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생각·의지를 제한하는 행위와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환자들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요양시설 입소자들과 경증 환자들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신체적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휴머니튜드 돌봄이 지향하는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의료 현장 인력들도 이 같은 원칙을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 변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제도적 토대’가 확고히 자리 잡히지 않았고, 효율성의 가치에 밀려 신체적 자유를 보장하는 돌봄을 추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보고서를 살펴보면 최근 6년간(2019~2024년) 전국 요양시설 등 노인의료복지시설 5곳 중 1곳에 해당하는 1천500곳이 매년 ‘신체 억제대’를 사용했다. 신체 억제대는 환자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나 장치를 의미한다. 환자를 격리하거나 묶는 행위는 보호자 허락 아래 긴급하고 일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지침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다.
올해 12년 차 요양보호사 60대 김지원(가명·인천 서구)씨는 “침대를 벗어나려는 환자를 고정시키거나, 몸이 가려워 긁는 환자에게 장갑을 끼우는 행위 속에 환자의 행동을 알려고 하거나 이들과 소통하는 과정은 필요 없게 된다”면서도 “의료진도 잘못됐다는 점을 인식하지만, 지침이나 제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잘못된 행태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 고립을 막는 첫 단계는 환자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이는 환자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다운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매개체이자 동력으로 작용한다. 휴머니튜드와 같이 치매를 대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단순히 노인만을 존중의 대상으로 바라봐서가 아니다. 더 이상 ‘운 좋게’ 치매에 걸리지 않길 희망하기보다, 모두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치매 돌봄의 지향점이 필요하다.
※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