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커진 규모, 관람객도 늘어나

사월 갤러리와 조부수 특별전 등 돋보여

달항아리·비엔날레 특별전, 부대행사 다양

 

인천 기획전 관심 저조… 하지원 작가 완판

유명세 마케팅 의존, 고유색 부족 과제 꼽혀

미술 향유 열망 커, 건전한 생태계 구축해야

인천아트쇼2024 전시장 전경. /인천아트쇼조직위원회 제공
인천아트쇼2024 전시장 전경. /인천아트쇼조직위원회 제공

지난 21일부터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 최대 아트페어인 ‘인천아트쇼2024’가 24일 폐막했습니다. 인천에선 유일하다 할 수 있는 전국 규모 아트페어이므로 개최 전부터 관심이 쏠린 행사였습니다.

사단법인 인천아트쇼조직위원회가 25일 낸 자료에 따르면, 주최 측이 집계한 올해 인천아트쇼 관람객은 약 6만8천여명입니다. 지난해 주최 측이 발표한 관람객 약 6만3천명보다 5천여명 늘었다고 합니다. 관람객 수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뒤 다시 하겠습니다.

인천아트쇼2024는 전국 갤러리 130여곳에서 작가 1천300여명의 작품 6천여점을 출품했습니다. 작가 수와 출품작 또한 지난해보다 늘었습니다. 부대 행사도 다양하게 구성했습니다.

이번 인천아트쇼는 눈에 띄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국에서 우후죽순으로 개최되는 아트페어 속에서 인천 대표 아트페어를 표방하기엔 아쉬운 점도 많아 보였습니다. “규모는 커졌으나, 색깔은 옅었다”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신생 아트페어인 인천아트쇼를 소위 ‘국내 3대 아트페어’로 불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iaf SEOUL), 아트부산, 대구국제아트페어(디아프·Diaf) 등과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일 순 있겠습니다.

그러나 인천아트쇼가 굵직한 아트페어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졌다는 판단에 주요 아트페어와의 비교는 필요해 보입니다. 수도권 바깥에서 열리는 아트부산과 디아프는 해당 지역의 대표적 국제 행사로 자리매김하기도 했고요.

참고로 저는 지난 22일 일반관람권(General)을 구매해 행사 전반을 둘러보고, 현장과 미술계 분위기를 들어봤습니다.

사월 갤러리, 조부수 특별전 돋보여

행사장에 입장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전시 부스는 ‘사월 갤러리’였습니다. 사월 갤러리는 최근 서울 홍대에 세계 시장을 지향하는 갤러리 ‘루에노 서울’을 개관해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천아트쇼2024에서 전시 부스를 2곳으로 나눠 운영한 사월 갤러리는 최근 루에노 서울 개관전으로 선보였던 엠마누엘 타쿠, 인상적인 콜라주를 선보이는 이경희, 인천의 중견 서양화가 최정숙 등 3인의 작품을 내놨습니다. 해외·국내·인천 작가로 구성한 ‘맞춤형 부스’가 돋보였습니다. 개최 장소의 특성에 맞춰 부스를 공항 터미널처럼 꾸민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사월 갤러리는 이우환의 ‘다이얼로그’ 시리즈를 별도로 전시하기도 했는데, 이번 행사에서 거래가 됐다고 합니다.

인천에 맞게 공항 터미널을 콘셉트로 전시 부스를 꾸민 사월 갤러리. 2024.11.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에 맞게 공항 터미널을 콘셉트로 전시 부스를 꾸민 사월 갤러리. 2024.11.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아트쇼2024에선 여러 기획전이 있었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인천 태생 조부수 작가의 강렬한 작품 세계를 고향에서 소개한 ‘조부수 특별전’을 눈여겨봤습니다. ‘미셸 들라크루아전’은 현장에서 그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리서울갤러리가 마련한 ‘달항아리 특별전’과 ‘비엔날레 특별전’도 행사의 격을 높였습니다. 최영욱의 달항아리 작품은 거래가 성사됐다고 합니다.

대형 아트페어가 낯선 인천 관람객들에게 적합해 보인 ‘마이 퍼스트 컬렉션’에선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아야코 록카쿠, 이우환, 이건용, 김시종 등의 굵직한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다만 바스키아, 자코메티, 모딜리아니, 키스 해링,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모토, 이우환 등 유명 작가의 대작이 대거 나왔던 지난해 행사보단 유명 작품들이 덜 나왔다는 반응이 대체적입니다. 한 미술 전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부스 구성이 깔끔해졌다”며 “유명 작가의 작품은 지난해에 비해 덜 나와 전반적으로 힘을 뺀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대다수 관람객이 부담 없는 소품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인천 갤러리들도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선전한 듯 보입니다. 인천아트쇼2024에서 전시 부스를 운영한 인천의 한 갤러리 대표는 “전국의 많은 갤러리 사이에서 고전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인천 태생의 추상화가 조부수 특별전 전시장 모습. 2024.11.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 태생의 추상화가 조부수 특별전 전시장 모습. 2024.11.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유명세 마케팅과 고유색 찾기는 과제

인천아트쇼2024는 본질적으로 ‘아트마켓’이지만, ‘인천’이란 간판을 건 지역성과 공공성을 일정 부분 담보해야 합니다. 인천시가 1억원 이상의 예산을 이 행사에 지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행사에선 김영건, 황추, 강광, 우문국 등 지역의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인천 원로 작가전’을 운영했습니다. 인천문화재단 또는 작가의 유가족이 소장한 작품들입니다. 바로 옆 부스에서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공개한 인천 출신 미술 비평가 고유섭, 이경성, 임영방, 김인환의 아카이브가 전시됐습니다. 이들 전시 부스 주변에서 한참 머물렀는데, 관람객들의 관심은 저조한 편이었습니다.

행사장을 찾은 인천의 한 문화계 인사는 “인천 전시 부스의 위치나 규모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며 “차라리 인천 원로작가전과 인천 청년작가전, 아카이브를 한데 모아 넓직하게 전시했으면 눈에 들어왔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 또한 ‘인천 원로 작가전’이란 전시명을 굵직한 인천 작가들을 단번에 소개할 세련된 다른 이름으로 바꿨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

관람객 관심이 저조했던 ‘김진달미술자료박물관’의 인천 출신 비평가 아카이브 전시. 2024.11.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관람객 관심이 저조했던 ‘김진달미술자료박물관’의 인천 출신 비평가 아카이브 전시. 2024.11.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유명세 마케팅’은 계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인천아트쇼2024에는 유명 배우이기도 한 하지원 작가의 작품이 다수 출품됐고, 하 작가가 직접 방문하기도 하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인천아트쇼조직위에서도 결산 보도자료를 내면서 “배우 하지원 작가의 작품은 완판 되는 인기를 확인했다”고 홍보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목을 끌기에 좋은 작가가 분명합니다. 그러나 온라인 뉴스를 조금만 검색해보면, 인천아트쇼보다 하지원 작가가 상당히 부각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호크니, 쿠사마 등 유명 작가 중심의 마케팅 또한 다른 주요 아트페어와의 차별화를 어렵게 합니다.

‘인천’아트쇼만의 색깔은 옅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한 미술 기획자는 “행사가 ‘문화 비즈니스’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지역성 등 고유색을 띤 기획력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며 “최근 디아프가 작가 집중형 아트페어인 ‘디아프 플러스’로 호평받고, 아트부산이 ‘디파인 서울’로 개성을 드러내며 서울 진출을 모색하듯 전문성 있는 기획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인천아트쇼2024에서 가장 인기를 끈 ‘미셸 들라크루아전’ 전시장 모습. 2024.11.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아트쇼2024에서 가장 인기를 끈 ‘미셸 들라크루아전’ 전시장 모습. 2024.11.22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아트페어는 미술관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인천아트쇼2024의 관람객 수에 대한 단상입니다. 올해 관람객은 6만8천여명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지난 5월 9~12일 개최된 2024 아트부산이 관람객 7만명을 동원한 것에 근접한 수치입니다.

아트부산은 국내외 굵직한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국제적 행사입니다. 인천아트쇼2024가 이 정도 수준의 관람객을 모았다는 건, 바꿔 말하면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좀처럼 씻지 못했던 인천 시민들의 미술 관람과 소비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전엔 해보지 못한 경험을 인천아트쇼에서 하고 있다는 얘기죠.

사실 인천아트쇼2024는 ‘먼저 온 미래’ 같은 행사입니다. 앞서 계속 사례로 들었던 서울, 부산, 대구는 ‘시립미술관’ 같은 인프라를 거점으로 미술 생태계가 꾸려지고 있기에 아트페어에서도 성과가 나는 것입니다. 인천에는 20년 넘게 문화계 숙원인 시립미술관이 아직 없습니다. 인천뮤지엄파크(시립미술관·시립박물관 복합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긴 하지만, 정부의 행정 절차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인천아트쇼2024 전시장 모습. /인천아트쇼조직위원회 제공
인천아트쇼2024 전시장 모습. /인천아트쇼조직위원회 제공

이 지점에서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 상당수는 시민들에게 아트페어가 인천 미술의 전부라고 인식될 것이란 우려도 갖고 있습니다. 미술 작품은 거래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 모든 미술 작품이 꼭 상업적으로 거래돼야 하는 건 아닙니다. 아트페어에서 강세를 보이는 평면 회화 작품이나 조각·공예 외에도 ‘시장에서 팔릴 수 없는’ 수많은 장르와 내용의 미술 작품들이 표출되는 시립미술관 같은 공공 미술 인프라도 존재해야 건전한 생태계가 구축된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미술 경향은 장르와 공간의 구분이 모호한 다종·혼종 매체가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작품은 아트페어에 출품되지 않죠.

인천 시민들의 미술 향유에 대한 열망은 지난 4차례의 인천아트쇼 등을 통해 확인됐으니, 더욱 폭넓은 향유의 길이 열리길 바랍니다. 또 인천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행사 지원도 좋지만, 지역 곳곳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갤러리(화랑)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