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부산아시안게임이 14일 저녁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폐막식을 갖고 16일간의 열전을 마감했다.

86서울아시안게임에 이어 16년 만에 국내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한 동티모르를 포함, 사상 처음 전체 44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이 참가해 36억 아시아인의 우정과 화합을 다졌다.

역대 최대 규모이자 사상 두번째로 수도가 아닌 지방도시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개최국 한국은 올해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 이은 세계적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스포츠 역량과 함께 국가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또한 북한의 참가로 스포츠를 통한 민족 화합과 통일의 장을 구현해 아시아의 항구적 평화를 염원하는 21세기 첫 아시아드의 의미를 더욱 새롭게 했다.

특히 남녘의 국제대회에 처음 참가한 북한은 대규모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을 파견해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고 남북 체육 및 문화교류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또한 남북한 선수단이 개막식 때 한반도기 아래 단일복장으로 공동입장한 장면은 부산아시아경기대회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일 뿐 아니라 향후 국제경기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한 또 한번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국가별 메달 순위에서는 개최국 한국이 당초 금메달 80개 정도로 세운 목표를 10개 이상 초과 달성하며 중국과 중동세에 눌려 기초종목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일본을 제치고 2회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종합 2위는 외환위기 이후 체육계 전반에 걸친 저변 축소와 아마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무관심 확산 등 안팎의 불리해진 여건을 딛고 이뤄냈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값진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펜싱과 럭비, 세팍타크로, 보디빌딩, 정구 등 이른바 비인기 또는 소외종목들은 한국의 목표 초과에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육상 등 일부 종목에서 보인 중동 국가들의 약진에도 불구, 한·중·일 3국의 메달 독식에 따른 전력 불균형 현상은 오히려 심화돼 아시아드의 진정한 의미를 다소 퇴색시켰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해 유망주들을 대거 파견하고도 거의 전 종목에서 월등한 기량으로 금메달을 휩쓸면서 시종 선두로 독주해 세계스포츠의 슈퍼파워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반면 18개 종목에 출전한 북한은 여자역도 53㎏급의 리성희가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는 등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국제경험 부족 등으로 종합 4위 탈환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10위권 유지에 만족해야했다.

일단 별다른 사고없이 금메달을 초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부산 아시안게임.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은 합격점을 받은 각종 시설 등 하드웨어와는 달리 소프트웨어의 준비 미흡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메인미디어센터의 전화선가설의 미흡, 선수단에 대한 셔틀버스 배차 편중 등이 이번 대회의 옥에 티로 남게 됐다.

어떻든 국제대회 때마다 반복되는 기초종목 육성의 필요성을 절감한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제2의 도약을 위한 반성의 계기로 삼고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투자에 나서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