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곳 안전점검 결과 대다수 미흡

불법 증축 등 건축분야 지적 최다

호텔 화재 사건 후 경각심 높아져

시의회 행감서는 “조사 부실” 질타

지난 8월23일 오전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지난 8월23일 오전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경인일보DB

부천지역 숙박시설 대다수가 화재 안전에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8월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8월26일자 7면 보도) 사고 이후 숙박시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있는 만큼 지자체 차원의 발 빠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부천 호텔 화재' 스프링클러 없지만 '양호'… 소방점검 소용 없었다

'부천 호텔 화재' 스프링클러 없지만 '양호'… 소방점검 소용 없었다

."지난 22일 오후 7시37분께 부천시 원미구의 한 호텔에서 발생해 7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사고 역시 사실상 예고된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퇴근 후 귀가하며 인근을 지나던 김모 씨가 화재 현장을 목격했을 땐 이미 불꽃과 유독가스가 발화 지점인 건물 7층을 가득 메운 상태였던 터라 투숙객들은 "살려달라"는 구조 요청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구축 건물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때마다 그랬듯, 이번 부천 호텔건물 화재 역시 객실 내 기본적인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로 파악돼 사실상 대형 인명피해 우려를 안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이날 화재 현장 브리핑에 나선 부천소방서 관계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사고 호텔 건물의)2003년 건축 완공 당시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관련법 개정에 따라 지난 2017년부터 6층 이상 신축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소급 적용은 되지 않아 이번 사고 건물까지 반영되지는 않았다.현재까지 소방당국이 발화 요인으로 추정하는 객실 내 벽걸이 에어컨에서의 화재가 에어컨 아래 놓여 있던 침대 매트리스를 통해 삽시간에 커지는 동안 그 어떤 소방시설도 불의 확산을 막지 못한 것이다.불과 수개월 전 이뤄진 호텔 자체 소방점검과 소방서 차원의 안전진단도 이번 참사를 막는 데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4월 민간 소방시설관리업체를 통해 진행된 해당 호텔 건물 내 각종 소방시설에 대한 자체 점검 결과는 '양호'였다. 아무런 지적 사항이 나오지 않은 이 같은 결과가 부천소방서에 통보되기도 했다.이로부터 2개월 전 부천소방서가 직접 해당 건물을 겨울철 화재 대비 목적으로 안전진
https://www.kyeongin.com/article/1706265

26일 부천시의회 도시교통위원회 송혜숙 의원이 부천시로부터 제출받은 ‘숙박시설 긴급 화재 안전 점검 결과보고’에 따르면 지역 내 숙박시설 94%가 ‘미흡’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시가 부천 호텔 화재 사고 이후 이달 7일까지 외부 전문가와 관계 공무원 58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역 내 영업 중인 숙박시설 168곳에 대한 긴급 화재 안전 점검을 실시한 결과다.

조사 결과, 지적 사항이 3건 이하인 곳은 총 27곳(6%)에 불과했다. 반면, 지적 사항이 4건 이상으로 화재 안전 대책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되는 시설은 무려 141곳 이었다.

이들 숙박시설이 지적받은 건수만도 총 588건에 달했다.

주요 지적 사항은 불법 증축, 용도변경, 조경 훼손, 물건 적치로 피난 통로 미확보 등 건축 분야가 219건으로 가장 많았다. 소방 분야(소방 안전 관리자 선임 미준수, 소방시설 유지 관리 불량, 피난 방화시설 유지 관리 불량) 지적 사항은 193건, 전기 분야(전기 안전 관리자 선임 미준수, 전기 안전관리법 정기 검사 미이행, 전기 안전 시설 미작동) 지적 사항은 151건, 영업·위생 분야(영업 신고 사항 미준수, 시설 및 설비 기준 미준수, 영업 사실 및 비상 연락망 미게시) 지적 사항은 25건 이었다.

송 의원은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시 숙박시설들이 화재 안전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됐다”며 “두 번 다시 가슴 아픈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해선 각 분야 담당 부서 및 유관 기관에 통보하고, 결과를 취합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시는 오는 12월까지 지역 내 고시원들에 대해서도 안전점검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시의 안전진단과 전수조사 자체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보당 소속 이종문 시의원은 전날(25일) 열린 행감에서 안전진단 미흡과 전수조사 부실 등을 꼬집으며 “‘양호’ 판단을 받은 해당 호텔 등이 어떻게 화재 전후로 진단 결과가 극과 극으로 다를 수 있냐”고 질타했다.

이어 “화재가 난 건물 바로 옆의 호텔과의 외벽사이 거리가 2m에 달해 위급상황 발생시 구조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였던 만큼 긴급한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천/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