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부터 16일간의 열전을 펼친 14회 부산아시안게임이 14일 폐막됐다. 한국은 금메달 96개로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중국에 이어 2년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린 국제종합경기대회에 18개 종목에 311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북한은 당초 목표였던 4위 탈환을 이루지 못하고 8위에 그쳤지만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경인일보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동안 부산 현지에 특별취재반을 파견, 생생한 현장을 CNL째, 독자 여러분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36억 아시아인들의 축제로 펼쳐진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44개 회원국에서 9천여명의 선수단이 참가, 사상 최대의 대회로 대과없이 치러졌다는 점에서 성공적으로 평가 받았습니다. 특히 150여명의 경기·인천 소속 선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쳐 주목을 받았는데.

-맞습니다. 한국이 라이벌 일본을 여유있게 제치고 종합 2위에 오르는데 우리 경기·인천 소속 선수들이 크나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효자종목인 사격의 경우 허대경(경기도청), 이상희(김포시청) 등의 금메달을 포함해 출전 9명의 남녀 선수 전원이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지요.
여기에 송성태 등 성남시청 소속 9인의 전사들이 투혼을 보인 남자하키도 인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기록, 구기, 투기 등 각 종목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관중은 물론 체육관계자들이 축구, 야구등 인기종목에만 관심을 갖는 모습이 더욱 심화된 것 같습니다.

-예. 그런 경향이 더욱 심화된 것 같습니다. 한국 선수단중 첫 2관왕에 오른 펜싱의 이승원(화성시청),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정구 김서운(수원시청)등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 메달을 딴 후 소감을 말하는 과정에서 이구동성으로 “우리같은 비인기종목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을 했지요. 이들 종목에 경제적 지원은 물론 경기장을 찾아 이들의 활약상을 직접 눈으로 지켜보는 기회를 더 많이 가져야 합니다.

-또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체육의 기초종목 부실이라는 해묵은 과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체육의 구조적인 취약성을 새삼 확인했다고나 할까요. 기본종목인 육상과 수영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육상의 경우 마라톤 이봉주 외에 트랙은 하나도 없고 필드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높이뛰기 이진택과 여자 창던지기 이영선의 기록은 올림픽 출전기록도 안되고 두 선수도 은퇴가 눈앞으로 다가와 앞날이 깜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영은 18개의 한국신기록을 양산했지만 중국과 일본에 한참뒤진 금메달 1개에 그쳐 안타까웠습니다.

-모든 취재진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 응원단과 선수단에 쏠렸었는데요.

-그렇습니다. 화려한 복장의 북한 응원단은 물론 북측 선수단의 일거수 일투족이 취재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북한과 일본의 여자 소프트볼 예선경기가 열린 부산구덕운동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취주악단 등 200여명의 북한 응원단은 따가운 햇살 아래서도 힘든 기색없이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응원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응원단쪽으로의 접근이 차단돼 취재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차단 막을 사이에 둔 채 큰 소리로 말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경기장을 찾은 일반 관중들은 경기자체보다는 북한 응원단을 보는 재미에 더 빠져 있었습니다. 북측 선수단 취재도 어렵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극도로 언론 노출을 꺼리는 데다 전력노출을 우려해서인지 훈련과정 등에 대해선 함구했습니다.

-아시안게임 사상 최대 규모에 비해 여러가지 부분에서 미숙한 점도 많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입니다.

-대회 운영에 있어서 몇가지 문제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현지 체육계 인사들은 부산시와 조직위원회간 갈등 때문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개회식이 끝난 뒤 메인스타디움 VIP 출입구에서 큰 소동이 있었습니다. 행사를 보고 나오는 시민들 앞에서 보도블록 밑에 묻힌 상수도관이 파열되면서 물바다를 이룬 것입니다. 지나치는 사람 모두가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부실공사로 인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셈입니다. 또 일부 종목 선수단의 훈련장소가 잘못 알려져 취재에 큰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국제대회를 개최하려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대목이라고 봅니다.

-아무튼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런 역사의 현장에서 취재활동을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4년 후를 기약해 봅시다.

<특별취재반>
반장=이영재 편집국 부국장
취재=전명찬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이필영·김형권차장, 김신태·정진오기자
사진=한영호차장, 임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