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튀는 작은 몸, 넘치는 ‘운동 에너지’… 작품 일부가 된다

 

‘내멋대로 파이프 연결’·‘회전하는 벽’

곳곳 누비며 답변 남기면 아카이브화

신체 움직임 유도… ‘학습기능’ 강화

예술공공作 ‘차원을 넘나드는 작은 공’. 2024.11.27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예술공공作 ‘차원을 넘나드는 작은 공’. 2024.11.27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어디로 튈지 예측이 불가능한 ‘탱탱볼’은 마치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과도 같다. 걷고, 뛰고, 엉켜 있는 아이들의 에너지 탄력성과 회복력은 통통 튀는 공이 되어 그 기운을 공간 속에 가득 채운다.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기획전 ‘탱탱볼’은 아이들이 작품을 경험하며 운동에너지를 다양하게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참여 작가들은 신체·퍼포먼스·스포츠·데이터 등의 키워드로 관람객들의 움직임을 유도한다. 이번 기획전의 작품들은 모두 의도가 있지만, 이를 감상하는 방식에 있어 어떠한 정해진 규칙도 방식도 없다.

레벨나인의 작품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요’는 출발선과 결승선이 보이는 둥근 트랙을 펼쳐놓고 있다. 출발점에 비치된 팔찌를 차고 박물관 곳곳을 누비다 설치되어있는 기계의 질문에 가지고 있는 팔찌로 답을 터치하면 그 답변들이 데이터로 쌓이게 된다. ‘익숙함’과 ‘정의할 수 없는 가능성’을 고려한 이 작품은 전시를 경험한 관람객의 답변이 아카이브 되어 박물관의 일부가 되는 특별함을 전한다.

레벨나인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요’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레벨나인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요’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오재우作 ‘국민체조 시~작!’, ‘할아버지, 국민체조가 뭐에요?’. 2024.11.27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오재우作 ‘국민체조 시~작!’, ‘할아버지, 국민체조가 뭐에요?’. 2024.11.27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오재우 작가의 ‘국민체조 시~작!’과 ‘할아버지, 국민체조가 뭐에요?’는 과거 익숙하고 흔했지만, 억압과 통제의 흔적이기도 했던 ‘국민체조’를 할아버지와 손자 세대 간 간극을 이어주는 하나의 유희적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특히 ‘국민체조’로 어른과 아이가 함께 만날 수 있는 지점을 포착한 ‘할아버지, 국민체조가 뭐에요?’에서는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는 체조를 천진난만하게 따라 하는 손자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예술공공의 작품 ‘차원을 넘나드는 작은 공’은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선’의 요소에 집중해 새로운 형태의 놀이터를 제시한다. 여러 길이의 파이프로 만들어진 정글짐과 같은 경기장은 관람객이 원하는 대로 계속해서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다.

예술공공의 조민서 작가는 “선을 새롭게 그리며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 수 있는, 공존과 파괴가 함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대중매체의 속성을 해체하는 작업을 선보여 온 성능경 작가의 ‘손’은 태어나 첫 유희의 도구가 되는 손을 쥐었다 폈다하는 모습을 담고 있으며, ‘손씻기’는 팬데믹 시기에 이 작품을 보고 손을 씻길 바라며 작업한 것이다. 노경애·김명신 작가가 ‘화살표’라는 기호를 따라 만들어낸 다양한 액션을 보고 참여하도록 한 ‘화살표↑’, 관람객들의 신체 에너지를 문자들로 번역해 벽에 쌓아가는 와이팩토리얼(y!)의 ‘도시와 기호들’, ‘앉다’라는 동사에 주목해 만든 다양한 형태와 표면의 의자들을 선보인 이채영 작가의 ‘행동하는 시간’, 고정된 벽을 회전하도록 만들어 전시장을 예측 불가능한 곳으로 변화시킨 보편적인 건축사사무소의 ‘소통하는 벽’도 전시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作 ‘소통하는 벽-1’. 2024.11.27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보편적인건축사사무소作 ‘소통하는 벽-1’. 2024.11.27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이채영 ‘행동하는 시간’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이채영 ‘행동하는 시간’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이번 ‘탱탱볼’ 전은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이 전시·교육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기획전시실의 첫 전시로서 의미를 더한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에 맞게 단순한 놀이적 기능을 넘어 학습이 이뤄질 수 있는 다양성을 가진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 아이부터 어른까지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박물관의 시도와 변화가 반가운 이 전시는 내년 6월 22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