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이자, 1931년부터 안산 샘골강습소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여성교육 등에 힘썼던 최용신. /경인일보DB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이자, 1931년부터 안산 샘골강습소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여성교육 등에 힘썼던 최용신. /경인일보DB

개화기부터 산업화 이후까지, 경기도 내 여성교육은 어떤 과정을 거치며 발전해왔을까.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의식을 고취하며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저항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여성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최근 이런 내용을 통시적으로 분석한 여성 연구자들의 자료가 나왔다. 여성교육, 그리고 경기도라는 지역을 엮어 다각도로 조망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연구다.

29일 경기여성가족재단에서 진행한 제19차 경기GPS 포럼에서는 ‘근현대 경기여성의 삶 1: 여성교육과 주체의 성장’을 주제로 도내 여학교 설립, 정책적 변화, 교육 이념 등을 연구한 해당 자료가 발표됐다.

발표자로는 이숙화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초빙교수, 금보운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엄상미 컬쳐플레이트 선임연구원, 임혜경 경기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이 나서 연구의 핵심 내용을 설명했다.

이숙화 한국외국어대 사학과 초빙교수의 연구는 식민지시기를 중심으로 도내 여성교육을 살폈다. 이 시기 통감부를 중심으로 제도권에서 시행됐던 여성교육은 일본어와 재봉 및 수예에 능통한 전통적인 여성상을 주입하는 것이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여학교 설립 현황 및 도내 학교 수. /경기여성가족재단 제공
일제 강점기 당시 여학교 설립 현황 및 도내 학교 수. /경기여성가족재단 제공

반면 이 시기 도내 민간 차원에서는 부녀야학과 강습소를 운영하며 민족교육을 실시하고, 항일운동의 불씨를 지폈다. 최용신이 1931년부터 교편을 잡았던 수원군(현 안산시 본오동)의 천곡학술강습소(샘골강습소)가 대표적인 공간이었다. 특히 당시 경기도에 속했던 인천과 개성 외에도 도내에는 안성과 화성 남양(제하여학교)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여학교 설립 움직임이 일었다.

이숙화 교수는 “이 시기(1905~1910) 도내 사립 여학교의 설립 주체가 여성인 경우도 발견됐다. 여성이 애국계몽 운동 등에 참여하며 주체적 의식을 갖고 사회 활동에 나섰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개성 호수돈여학교, 미리홈여학교, 강화보통학교 여자부는 항일운동의 선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00년대 초반 경기 지역에 설립된 사립여학교 명단. /경기여성가족재단 제공
1900년대 초반 경기 지역에 설립된 사립여학교 명단. /경기여성가족재단 제공

이어진 발표에서는 각각 해방 이후의 여성교육과 1980년대 이후 여성 고등교육의 성장을 톺아봤다. 금보운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남성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던 당시 여성 교육 인식을 꼬집었다. 여성의 경우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보단 아내, 어머니로서의 현모양처 역할을 강요받기도 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교육 평등의 원칙을 천명했으나, 여성의 교육 수혜는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1955년 기준, 국민학교를 졸업하거나 재학한 성별 비율은 각각 남성이 71.9%, 여성이 57.3%를 차지했다. 정규 초등교육 외에 마련했던 공민학교 교육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높았으나, 이는 문맹 퇴치 수준의 교육이었다.

성별 격차가 극심했던 해방 이후를 지나 1980년대에는 여성의 주체성이 드러나는 시기였다. 엄상미 컬쳐플레이트 선임연구원은 고등교육 확대와 여성의 활동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특히 도내에서 피어난 여학생들의 조직과 연대를 다뤘다.

1985년에는 경기대와 수원대를 시작으로 15개 대학에 총여학생회가 조직됐고, 이후 학내 여학생들의 권익과 복지 등 성평등문화 확산 운동이 퍼졌다. 1989년 결성된 수원지역여대생대표자협의회는 1990년대 도내 여성주의 운동을 확장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한 세기가량을 조망한 연구는 향후 보완해야 할 점도 지적했다. 임혜경 경기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도내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짚으며, 경기 북부 지역 사례 발굴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여성의 교육사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가 추가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온라인 포럼에는 60여 명이 참여해 도내 여성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토론자로는 유호준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의원, 홍양희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외 4명이 참석했다. 해당 연구 내용이 담긴 자료집은 경기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