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이민사박물관 확대 개편 소식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인천시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의 기능 강화를 위해 추가 전시 공간과 수장고 등 박물관 확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인천시립박물관은 이를 위해 인천 중구 북성동(월미도)에 위치한 기존 건물을 증축하는 방안, 그리고 인천 송도에 있는 인천도시역사관 건물을 증축해 그곳에 박물관을 이전하는 방안 등 두 가지를 놓고 검토 중입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의 위치, 왜 지역사회가 주목할까요?
2008년 6월 월미도에 개관 ‘한국 최초’ 박물관
인천시-시민-해외동포들 함께 뜻 모아서 건립
미주 중심의 역사 아닌 전세계 이민사 다루려면
인천시, 모든 재외동포의 공간으로 탄생시켜야
증축 : 역사·상징성 지키지만 접근성 떨어져
이전 : 글로벌 정체성 강조… 사업비 더 들어
공청회 결과 등 토대로 내년 초 기본계획 수립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박물관

인천은 한국 첫 공식 이민의 출발지입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2008년 6월 월미도에 개관한 국내 최초 이민사박물관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해외에서 활동한 ‘개척자’로서의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인천시와 시민, 해외동포들이 함께 뜻을 모아서 건립해 의미가 큽니다.
이에 따라 한국이민사박물관의 주요 전시 내용 또한 1902년 12월 제물포(인천항)에서 출발한 한국 최초의 이민자들이 당도한 하와이 이민 역사입니다. 당시 인천에서 하와이로 떠난 이민자 121명 중 절반 이상이 인천사람이었습니다. 또한 1세대 이민자가 하와이에 뿌린 씨앗은 훗날 해외 독립운동으로 발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인천시가 앞장서서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조성한 이유기도 합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다른 나라 동포들의 역사도 조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재일동포들의 삶과 역사를 다루는 ‘영화, 재일동포 역사를 기록하다’ 토크 콘서트, 특별전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조선인, 자이니치, 다시 재일동포’와 연계한 전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외에 중남미, 중국, 독일 등지로 떠나 정착한 한인 이민사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개 드는 박물관 기능 확장 논의

전 세계 재외 한인에게 인천이 ‘모국 활동 거점 도시’로 자리하려면 한국이민사박물관을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지금처럼 미주(美洲) 중심의 역사가 아닌 전 세계 이민사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박물관 또한 전시 기능에서 교육·연구 기능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이민사박물관이 다루는 중남미, 중국, 일본, 독일 등의 이민사는 전체 콘텐츠 중 그렇게 큰 비중은 아닙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올해 7월 ‘한국이민사박물관 확대 개편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이번 용역은 한국이민사박물관 전시 범위를 전 세계로 넓혀 모든 재외동포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주요 과업입니다. 특히 ‘시설 노후화’와 ‘제한적 전시범위’를 극복하고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이민 역사의 정체성과 도시 브랜드를 높이려면, 추가 전시 공간과 수장고 등을 위한 증축(공간 확장)이 필요하다는 구상입니다.
현재 인천시는 현재 월미도에 있는 현재 박물관 건물을 증축해 그대로 활용하거나,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인천도시역사관 건물을 증축해 그곳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이전하는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고민 중입니다. 이전 검토 부지가 인천도시역사관인 이유는 재외동포청 때문입니다. 인천도시역사관은 재외동포청 인근 공공시설로, 일각에서는 두 기관 연계성을 높이면 인천 재외동포 정책에도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월미도 또는 송도…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어디로

인천시는 지난달 29일 한중문화관에서 ‘한국이민사박물관 확대 개편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시민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는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실시한 ‘한국이민사박물관 확대 개편 계획안’ 연구 결과를 중간보고하고, 공청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연구 결과 현재 한국이민사박물관 건물을 증축하는 방안은 무엇보다도 그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킨다는 점에서 강점이 컸습니다. 인천 중구가 한국 이민사에 상징성이 큰 장소인 데다, 상상플랫폼과 월미도 등 주변에 연계 가능한 문화시설과 자연환경이 풍부하다는 분석입니다. 올해 12월에는 인근에 국립인천해양박물관도 개관합니다. 다만 열악한 교통인프라로 인해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단점으로 봤습니다.
이와 비교해 현재 인천도시역사관 건물은 인천지하철1호선 센트럴파크역, 제2경인고속도로와 인접해 관광객들의 접근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이곳으로 이전한다면 재외동포청과 연계해 인천의 글로벌 정체성을 강조할 수 있는 부분 또한 강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을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할 경우 당초 박물관이 건립된 취지와 상징성이 낮아지는 부분은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업비 또한 더 많이 필요했습니다.
이번에 진행된 공청회에서 발언한 시민들은 모두 한국이민사박물관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를 원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역시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중구에 들어선 의미와 상징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입니다. 인천시와 인천시립박물관은 이번 공청회 결과 등을 토대로 내년 초에는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과연 어디서 그 역할을 이어가게 될지, 내년 수립될 기본계획이 궁금해집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