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구역 내 음식점 입지 풀렸지만

“더불어 사는 환경 만드는게 먼저”

道 “노력… 인접지 얽혀있어 조심”

정부가 주민지원사업비를 삭감하면서 팔당호 인근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경기연합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정부 투쟁을 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2024.11.2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정부가 주민지원사업비를 삭감하면서 팔당호 인근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경기연합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정부 투쟁을 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2024.11.2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천지가 개벽했지.” 50년 넘게 양평군 양서면에서 살고 있는 박재순씨가 집 건너편 단독주택 단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박씨가 사는 곳에는 공장을 짓지 못한다. 사업체가 들어서기 어렵고 음식점을 세우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팔당상수원 규제를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업체가 없으니 변변한 산업조차 발전하지 못했다. 이런 탓에 젊은이들은 밥벌이를 찾아 외지로 떠나고 노인들만 사는 동네가 됐다.

박씨는 늘 시대에 뒤처진 삶을 사는 듯하다며 심경을 털어놨다. 15년전쯤에도 팔당상수원 규제를 완화한다는 취지로 주민들에게 음식점 운영권을 입찰할 때 꽤 비싼 돈을 들여 운영권을 땄다. “집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창고도 하나 마음대로 못 지어요. 억울한 마음에 식당이라도 한번 해보자 싶어 마을에 기부금내고 운영권을 사왔습니다.”

그렇게 박씨는 국숫집을 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아야했다. 아무것도 없는 마을에 사람이 드나들 일이 없었다. 도통 장사가 되질 않았다. “들인 돈이 아까워 몇년 끌다가 결국 문을 닫았죠. 까다롭게 수질 검사받았던 기억만 남아있어요.”

경기도는 최근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인 광주시 분원과 양평군 양서·국수 등 환경정비구역 안 음식점 입지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수처리 기술이 향상된 만큼 팔당상수원 인근 지역 주민을 옭아매던 규제를 완화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로 인해 광주시 분원 5개소, 양평군 양서 17개소, 국수 6개소의 음식점이 추가로 들어설 수 있게 됐다. 도 관계자는 “고시는 환경정비구역 안 음식점 호수와 바닥 면적을 늘린다는 내용”이라며 “현 상황에서 주민 소득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은 음식점 입지 규제를 완화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씨는 이번 규제완화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식당만 늘려주면 뭐합니까. 장사가 안되는 걸요. 팔당상수원 규제 지역 원주민이 외지인들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먼저죠.”

팔당상수원 규제의 불합리성을 몸소 느낀 건 비단 박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팔당상수원 지역 주민 대다수는 이번 규제 완화도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며 썩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양평군 환경정비구역 안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음식점을 열 수 있는 원주민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지역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관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 이장은 “마을에 음식점을 열 수 있는 사람이 4명인데 2명만 자영업을 한다”며 “운영권을 가진 이들 나이가 많고 상권이 형성된 곳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이번 규제 완화도 주민들 삶에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주민지원사업비를 삭감해 팔당호 상류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한편, 도는 팔당상류 지역 규제 완화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환경부에 몇년전부터 지역 내 가공행위 허가 등을 건의하고 있다”며 “도만 연관된 문제가 아니어서 팔당상수원 인접 지역에 대한 규제를 풀면 서울과 인천 등 인접 지자체에서 꺼릴 수 있고 환경부도 수질 오염을 우려하는 상황이라 제도 개선안을 반려했다”고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