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처, 관광자원으로… ‘핫플 38도선’ 반전 스토리

 

포천 영중면 표석 뒤에 대공포 두 대 놓여

평화의 상징 비둘기·철모와 총 ‘38 조형물’

헌화공간·산책로·휴게·레저 특화시설 추진

 

연천 마포리 ‘중부원점’ 빛의 기둥 힘찬 표현

합수머리 공원 인근에 한반도 통일미래센터

풋살대회 등 각종 청소년 위한 프로그램도

포천시 영중면에 위치한 38도선 표석. 2024.12.0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포천시 영중면에 위치한 38도선 표석. 2024.12.0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해방이후 북위 38도선에 한반도 최초의 분단선이 그어졌다.”

38도선은 한반도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북위 38도 위선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자, 미국과 소련이 군사적 무력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치했다.

38도선은 강원도 양양, 인제, 화천, 춘천을 지나고 경기도에서는 가평, 포천, 연천, 파주를 지난다. 포천에 위치한 38도선 표석은 5개로 도내에서 가장 많이 존재한다. 6·25전쟁의 상흔이 스며든 38도선 표석 주변은 건물이 들어서고 도로가 놓이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는 듯했으나, 현재 관광 자원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 38선 역사체험길, 그리고 포천 38도선 표석

포천시 영중면에 위치한 38도선 표석은 그곳을 중심으로 수복지구와 미수복지구가 나뉘었다. 표석엔 ‘38th PARALLEL’이라고 새겨져 있다. PARALLEL의 뜻은 ‘평행한’으로 현재 분단된 남북의 현실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분단을 나타내는 상징물이 어떻게 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었을까.

38도선 표석 바로 뒤에는 국방색으로 칠해진 대공포 두 대가 놓여 있다. 비록 귀를 때리는 포성은 울리지 않지만 수십년 전에 전장을 누볐을 대공포는 간접적으로 당시를 회상하게 한다. 6·25 참전 유공자비도 전쟁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또한 표석 인근에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숫자 38 조형물이 조성돼 있다. 회색의 숫자 3은 철모와 총 모형이 같이 있는데 분단과 전쟁의 어두운 과거를 표현하고, 비둘기와 파란색의 숫자 8은 현재와 미래의 평화와 행복을 염원하는 의미다.

포천시 영중면 38도선 표석 인근에 설치된 ‘38’ 상징 조형물. 전쟁의 어두운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의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로 설치됐다. 2024.12.0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포천시 영중면 38도선 표석 인근에 설치된 ‘38’ 상징 조형물. 전쟁의 어두운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의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로 설치됐다. 2024.12.0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포천시는 38도선 표석 인근의 38선 휴게소를 역사·문화·관광을 기반으로 38선 평화안보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원에는 6·25전쟁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려 한국전쟁 헌화 공간, 추모 기념비, 산책로, 광장시설, 휴게시설, 안보 카페 및 체험관, 지역특산 플리마켓, 관광 레저 특화시설, 해외 참전국 전몰자 위령 등이 오는 2026년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흉물로 방치될 수 있는 38도선 표석, 38선 휴게소를 역사공원으로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꾀할 수 있다.

38도선이 지나는 포천시 영중면은 과거 영평천을 경계로 남한과 북한이 대치하던 공간이다. 지금은 영평천을 따라 임진강 38선 역사체험길이 조성됐다.

“한반도 중부에 위치한 한강의 제1지류 임진강은 예로부터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자원으로 삶의 터전이 되어 왔다. 또한 군사분계선 38선에 인접해 6·25전쟁 당시 수많은 전투가 있던 곳이다. 민족의 아픔이 서린 분단의 상징이자 휴가철 행락객의 휴식처로 자리매김한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역사의 단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38선 역사체험길 표지판)

6·25전쟁의 상징성을 가진 38도선 표석이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는 순간이다.

연천군 합수머리 공원에 설치된 중부원점 상징조형물. 2024.12.0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연천군 합수머리 공원에 설치된 중부원점 상징조형물. 2024.12.0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 육지에 존재한 유일한 원점, 연천 중부원점

포천과 맞닿아 있는 연천의 38도선 표석도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연천 마포리의 굽이진 산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하늘로 솟은 은색 조형물이 눈에 띈다.

바닥에 그려진 한반도 중심에 지구 모형이 솟아 있고 이를 은색 띠가 둘러싸고 있다.

중부원점 상징조형물은 육지에 존재하는 유일한 좌표계원점인 북위 38도선과 동경 127도선이 교차하는 곳에 설치됐다.

남북통일에 대비하고 하나 된 대한민국의 기준점으로서 한국의 심장을 상징하는 중부원점에서 빛의 기둥이 솟아올라 한반도와 세계로 힘차게 비춰 나감을 표현했다.

한탄강이 임진강 차탄천과 만나 임진강으로 합류되는 합수머리 공원에 조성된 중부원점 조형물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민들은 산길을 따라 오르면서 자연경관을 즐기고 38도선 표석과 중부원점의 상징성을 깨닫는다.

공원 인근에는 한반도 통일미래센터가 있어 청소년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달 22일 방문했을 때도 풋살대회가 열려 어린이들의 함성과 뜀박질 소리가 센터 전체를 맴돌았다.

센터 관계자는 청소년 수련시설로 활용되면서 매해 많은 청소년이 방문하고 통일 관련 프로그램도 참여한다고 전했다.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38도선 표석은 중부원점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연천군 합수머리 공원 내부에 설치된 중부원점. 북위 38도선과 동경 127도선이 교차하는 곳으로 대리석에 ‘+’ 모양이 새겨져있다. 2024.12.0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연천군 합수머리 공원 내부에 설치된 중부원점. 북위 38도선과 동경 127도선이 교차하는 곳으로 대리석에 ‘+’ 모양이 새겨져있다. 2024.12.0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하지만 이곳에도 전쟁의 상흔은 존재한다. 사각형 대리석 조형물에 ‘+’ 자형 홈이 새겨진 중부원점 좌표 구조물 옆에는 방공호가 자리 잡고 있다.

성인 10명 남짓이 들어갈 수 있을법한 작은 방공호지만 전투에서 몸을 숨기기엔 충분했다. 1971년 조성된 방공호는 지금은 낙엽이 날리고 있지만 총탄 없는 전투가 느껴졌다.

이처럼 38도선 표석은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전쟁 전후 세대를 잇는 기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면서 평화를 꿈꾸는 상징이 됐다. 80년 전 힘없던 한반도가 서구열강에 의해 38선으로 분단됐지만, 언젠가 다시 함께하는 그날을 기다린다.

포천시 영중면의 38도선 표석 인근에 대공포 조형물 2대와 6·25전쟁 참전유공자비가 설치돼있다. 2024.12.0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포천시 영중면의 38도선 표석 인근에 대공포 조형물 2대와 6·25전쟁 참전유공자비가 설치돼있다. 2024.12.02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

/이영선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