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고령 전달됐지만 관련 매뉴얼 없고 포괄적 ‘애매’

군사정권 종료 후 현재 민선 시장·지방의회 구성돼

예산 심의 민감한 시기 ‘촉각’… “계엄법 개정해야”

비상 계엄이 해제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탄핵 추진 비상시국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2024.12.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비상 계엄이 해제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탄핵 추진 비상시국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2024.12.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45년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돼 6시간만에 끝났지만, 군사정권 종료 후 1995년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체제로 바뀌는 등 ‘지방자치시대’로 변화된 현 상황에 맞는 계엄관련 매뉴얼 등이 명확치 않아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지난 밤 큰 혼선을 겪었다.

도내 지방의회들도 1960년 이후 1991년 전국지방선거를 통해 구성돼 상황은 같았다.

4일 경기도 내 지자체와 지방의회를 조사한 결과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 선포와 함께 모든 지자체와 지방의회에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내려왔다. 이에 김포시 등 대다수의 지자체는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포고령 내용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등으로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지자체와 의회 공직자들은 사실상 어떤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불면의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부천시 관계자는 “비상계엄 발령과 포고령만 보고는 해석하기가 어려웠다”라며 “포고령에 따라 비상계엄 행동지침 전달과 비상 연락 체계 유지 등의 수준만 유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상계엄에 대한 지자체의 매뉴얼은 딱히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엄법에 제7조에 ‘비상계엄의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만 적시돼 있을뿐이다.

비상계엄 선포 시 지자체의 행정권이 사실상 무력해 지는 셈인데, 군사정권이 끝나고 전국지방선거가 도입돼 시민들이 시장 등 지자체장을 뽑으면서 정당에 따라 대응 속도는 다소 다르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광명시 관계자는 “계엄 시 적용하는 충무계획은 있으나 전시가 아니어서 적용할 수 없다”며 “중앙에서 세부지침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판단에 상황을 지켜보며 대기 했다”고 설명했다.

지방의회는 내년 예산을 심사하는 시기라 촉각을 더욱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지방의회의 한 관계자는 “제2차 정례회 상임위 활동과 예산 심사를 진행 중으로 비상계엄이 지속됐으면 의회 기능이 마비돼 혼란이 컸을 것”이라고 혀끝을 찼다.

만약 지방의회에서 내년 회계연도 시작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지자체장은 의결 전까지 저년도 준해 예산을 집행한다.

각 지자체와 의회의 중론은 그나마 ‘6시간 천하’로 끝나서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런 경우에 대비한 매뉴얼 등 정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45년 전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고 지방자치시대인 만큼 계엄법에 대한 개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안산시와 시흥시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조례든 법률이든 근거를 마련해야 혼란을 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산/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