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최대 ‘곡창지대’로 손꼽히고 있는 화성시 장안뜰 일부에서 심각한 물부족 현상이 계속돼 30여 년째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계 당국들이 물부족 사태를 인지하고도 개선책 마련에 지지부진하면서 농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8일 화성시와 장안면 농민 및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1973년 남양호 준공 이후 남양호 상류 수촌천 지류는 기반공사가 잘 이뤄져 인근 농민들은 큰 불편없이 영농에 종사해 왔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르면서 농수로에 상류에서 밀려온 토사가 쌓이고 누수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남양호 상류 및 지류인 수촌천에는 집수량이 턱없이 부족해졌고 1990년대부터는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농방식이 바뀐 것도 물부족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50여 년 전 설계 당시엔 수작업 모내기로 한달 이상에 걸쳐 물을 확보했으나 현재는 영농기계화로 일주일 내에 모내기가 끝나면서 일시에 많은 용수가 필요해 용수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농업용수 부족을 겪고 있는 지역은 장안면 독정 4·5리와 수촌 1·2·3·4리 등 99만여 ㎡로, 매년 농번기가 시작되는 봄마다 50여 농가의 애를 태우고 있다.
농민들은 장안뜰 상류의 용수 확보를 위해 개인 모터를 이용, 200~300m에 달하는 원거리를 이중턱을 이용한 양수작업으로 물을 보충하며 겨우겨우 농사를 짓고 있다. 봄철엔 양수용 모터 30여 개가 항상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50년째 장안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찬규 전 수촌리 이장은 “모내기 철에는 며칠밤을 세워가며 부족한 용수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남양호 물을 퍼올려야 하기 때문에 8개의 모터를 이용해서 힘들게 농사를 짓고 있지만 이제는 포기하고 싶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같은 수십년 이어온 농민들의 고통에 장안면은 최근 정식으로 관계기관에 독정리 양수장 설치를 건의하고 나섰다. 하지만 관계기관들은 예산 부족을 내세우며 협의 중이라고만 하고 있어 조속히 해결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주관부서인 한국농어촌공사측은 “예산 부족으로 양수장 설치에 어려움이 있다. 경기도 및 화성시와 협의해 대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고, 시는 “원칙적으로 농어촌공사 영역에 해당하지만 경기도 및 공사와 협의해 매칭을 통한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김학석기자 mar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