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계엄 상황, “과거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

1980년과 2024년 계엄의 차이… 생중계된 저항의 순간들

‘채식주의자’ 유해도서 논란, “작가로서 가슴 아픈 일”

“문학은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반복적 행위”

‘제2의 한강’을 위하여… “문학작품을 읽는 근육”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계엄령과 관련해 심경을 밝혔다. 아울러 ‘채식주의자’ 유해도서 선정 논란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롬 노벨박물관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강은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한강에게 유독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강의 2014년作 ‘소년이 온다’는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신군부의 민간인 학살과 그 속에서 저항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던 소시민의 모습을 그린다. 한강은 1980년 광주에서 자행된 상황을 공부해가며 해당 작품을 집필했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은 1980년의 계엄과 2024년의 계엄을 비교하며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2024년 겨울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돼서 모두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를 쓰셨던 분들도 보았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았고,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런(계엄) 명령 내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날 한강은 청소년 유해도서 지정 논란이 있던 소설 ‘채식주의자’(2007)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이 책의 운명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 소설에 유해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것이 책을 쓴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채식주의자’는 2019년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스페인의) 고등학교 문학 도서 선생님들이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읽히고. 학생들이 오랜 시간 토론해서 그 책이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문학의 역할에 대한 견해도 빼놓지 않았다. 한강은 “문학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런 과정에서 자기 내면에 깊게 파고들어 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어떤 내적인 힘이 생긴다”고 역설했다.

‘제2의 한강’을 배출할 방안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최소한 문학작품을 학교에서 서너 권 읽고 토론하고 다각도로 이야기 나누고 문학작품을 읽는 근육 같은 것을 기를 수 있게”하는 교육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10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편, 2024 노벨상 시상식은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한강은 시상식 기간 진행되는 강연, 리셉션, 다문화학교 방문 등 노벨 주간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