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겪던 서점, 책을 잊었던 독자들에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변화의 바람을 불게 했다. 골목의 작은 서점에서 오롯이 책과 누리는 나만의 시간, 작은 모임을 통해 지역과 사람이 이어지는 독립서점의 매력은 기쁨이자 위로이다. 코끝이 시려오는 이 겨울, 경기도의 독립서점들과 함께 마음을 녹이며 보내보는 건 어떨까. 경기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경기도의 독립서점 네 곳을 소개한다.

안성 다즐링북스
안성에는 홍차인 다즐링을 좋아하는 책방직가 꾸리는 따듯하고 향기 좋은 서점이 있다. 주택가 골목의 작은 책방이지만,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차를 마시는 사람에게도 모두 편안한 공간 ‘다즐링 북스’이다. 책방은 깔끔한 실내 장식과 구성이 인상적이다. 책방지기가 선별한 책은 ‘최근에 들어온 책들’, ‘청소년을 위한 책들’로 구분해 놓고 곳곳에 손글씨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한쪽의 큰 테이블에서는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지나가는 길에 들러 차를 마시고 가는 동네 주민도 많다.
다즐링 북스는 안성시와 함께 환대의 마음으로 공존을 꿈꾸는 15분 문화 교류장 ‘2024 책으로 잇는 안성, 환대의 장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어떻게 살지 고민인 청소년, 나의 삶도 고민인 엄마들, 50세 이후 삶이 고민인 중년들과 함께 티타임 환대의 시간을 가졌다. 다즐링 북스는 앞으로도 심야책방과 방탄독서회 등 특별한 환대를 이어갈 예정이다. 운영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매주 월·화는 휴무이다.

용인 농부와 책방
정감 있고 따스한 분위기의 책이 가득한 것을 빼면 평범한 가족이 사는 보통의 집 같은 곳, 외진 마을 언덕에 자리 잡아 책방지기조차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면 나 혼자 다 읽고 말지’라고 생각했던 ‘농부와 책방’은 차곡차곡 들여놓은 책이 어느덧 6천800권이 된 특별한 책방이다.
책방을 운영하는 아내와 농사가 로망이었던 남편이 텃밭을 가꾸는 이곳은 손님들과 함께 토마토를 따고 당근을 캔다. 아이들은 열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수확하며 자연을 배워나간다. 도심 인근에서 자연 관찰과 체험이 가능하고 정서적으로도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방문객이 많아졌고, 하루 묵어가는 북스테이도 인기다. 책방은 오전 10시부터 2시간 30분 단위 예약제로 운영하는데, 오후 5시 30분에서 7시 30분까지 이용하는 타임이 마지막 예약 시간이다. 1~2인 기준 이용요금은 2만원이다.

여주 수연목서
여주시 산북면의 ‘수연목서’는 책방과 갤러리가 어우러진 문화공간이다. 이곳은 원래 사진가의 작업실과 아내의 가구 작업실 겸 공방을 염두에 두고 지은 곳으로, 설계 때부터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과 공간이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모두 담아 만들었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애정과 실천으로 수연목서는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수연목서 완성 후 작업실로만 사용하던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고 사진과 건축 관련 서적을 다루는 책방을 열었다. 손님들이 쉽게 올 수 있도록 카페도 함께 오픈했다. 그러나 수연목서는 책방이면서 갤러리의 정체성을 지닌 문화공간이길 원한다.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사진 작품과 전문가의 손길이 담긴 가구, 공예가 더해진 곳이기 때문이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수연목서는 매주 월·화는 휴무이다.

양평 책보고가게
양평군 강상면의 작은 동네책방 ‘책보고가게’는 책을 고르고 읽으면서 친해질 수 있는, 마음까지 따듯해지는 공간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볼 수 있는 그림책과 자녀양육에 도움을 주는 책들을 주로 다루며, 책방지기들이 고른 에세이와 인문학 책을 소개한다. 이곳은 4명의 책방지기가 함께 운영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인쏭, 그림책 출판과 한자교육을 맡은 훈장, 먹거리와 자수를 담당하는 쏘잉, 디자인과 인테리어 전문 써니 등 개성 넘치는 책방지기들이 어우러져 책과 사람을 연결한다.
공간도 특별한 책방이다. 첫 번째 공간은 공유서가로 손때 묻은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중고책을 만날 수 있다. 다음은 책방지기들이 수많은 책들 중 소개하고 싶은 책을 선별해 모은 공감서가로 마음에 드는 문구에 주를 치며 읽고 싶은 책들이 가득하다. 마지막 카페공간은 책방지기들이 고른 좋은 찻잎과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다. 중고생과 성인 대상의 인문학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이곳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이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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