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B2C 세탁 공장 군포시에
본사·팩토리 통합 ‘글로벌 캠퍼스’로 거듭
현관 앞 배송·간편한 앱 사용… 장점 가득
자체 상품 구매시 세탁 없이 착용 가능해
런드리고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2년 무렵이다. 군포시로 출근하기 전엔 경제부에서 근무했는데, 당시 경기도에 대형 공장을 잇따라 늘리며 세를 키우던 비대면 세탁 플랫폼 업체들을 조명했었다. 런드리고의 군포 공장 조성 계획도 함께 거론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의 많은 것들이 비대면으로 바뀌는 추세가 어김 없이 세탁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라 여겼다.
출근 준비에 바쁜 아침, 새로 빤 셔츠를 입으려다 한껏 구겨진 상태에 한숨을 내쉬었던 일. 간신히 짬을 내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긴 후 찾으러 갈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 ‘보관 열흘 째가 넘어가면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진땀을 뺐던 일. 어쩌다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얼룩이 수 차례 빨래에도 도무지 지워지지 않아 난감했던 일. 그런 골치 아픈 일들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몇 번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니, 퍽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곧바로 앱을 설치했지만 실제 서비스 이용으로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2년 뒤인 2024년, 군포시에서 런드리고 이야기를 듣게 됐다. 서울시에 있던 의식주컴퍼니 본사를 군포 팩토리와 통합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전국에 있는 런드리고 팩토리 중 군포 팩토리가 1만1천900㎡가량으로 가장 큰데다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점 등이 의식주컴퍼니가 이곳을 ‘헤드쿼터’로 점 찍은 요인으로 작용했다. 과거 수도권 공업화의 중심지로, 노후한 소규모 제조 공장들이 지역 내에 즐비한 가운데 1년 매출액만 500억원대인 스마트 기업이 자리 잡은 것은 군포시엔 그야말로 경사였다.
글로벌 비전과 함께하는 군포
취재차 군포시 당정동에 있는 런드리고 글로벌 캠퍼스를 찾아 내부를 둘러봤다. 잘 말려서 뽀송해진 세탁물에서 나는 향이 곳곳에서 풍겨와 기분이 산뜻해졌다. 곧이어 굉장한 규모의 설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에 압도됐다. 옷들이 매우 빠르게 자동으로 이동하는가 하면 사람 몇 명이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초대형 규모의 세탁기 수십, 수백 대가 돌아가고 있었다. 의식주컴퍼니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세탁물 합포장 설비 역시 막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규모 면에선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탁 스마트 공장 중 군포 팩토리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게 의식주컴퍼니 설명이다.
서울시에 있던 본사를 군포 팩토리와 통합하는 일련의 과정엔 숱한 고민이 있었지만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는 반드시 했어야 할, 매우 잘한 결정으로 규정했다. 문제가 무엇인지 곧바로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으니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은 물론, 생산성도 향상됐다는 이유에서다.
의식주컴퍼니는 본사와 군포 팩토리를 통합하면서 이곳을 ‘글로벌 캠퍼스’로 명명했는데, 이는 런드리고를 글로벌 서비스로 키워나가겠다는 비전을 나타낸다. 애플이나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캠퍼스가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곳이 된 것처럼 런드리고 글로벌 캠퍼스도 지역을 대표하는 곳으로 거듭났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조 대표는 “지역에도 새로운 동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합 이후 채용을 진행했는데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이 많이 지원했다. 좋은 인재들이 상당해 만족스러웠다. 결국 기업이 성장하려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사회에도 공헌해야 한다. 의식주컴퍼니가 런드리고를 필두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게 저희 비전인데, 그런 비전을 이곳 군포에서 잘 실행토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만난 런드리고, 깨끗함 합격
세탁물들이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직접 보고 나니 더욱 궁금해졌다. 그래서 직접 세탁을 맡겨보기로 했다. 마침 옷을 잔뜩 구매해 세탁해서 입어야 할 옷이 한가득이었다. 한 차례 동네 세탁소에서 반려된, 누렇게 얼룩진 흰 옷도 맡겨 보고 싶었다.
과정은 매우 간단했다. 스마트폰에 런드리고 앱을 설치한 후 회원으로 가입해 세탁을 요청하면 끝. 맡기는 옷 상당수가 새 옷이어서 ‘개별 클리닝’으로 요청해 첫 세탁임을 알렸다. 앱으로 세탁을 요청한 후 해당 옷들을 종이 봉투에 차곡차곡 넣어 밤 10시 무렵 현관 앞에 두니, 어느새 수거가 이뤄졌다. 배송 비용이 더 저렴한 ‘여러 밤 배송’으로 요청했는데 수거 시점부터 옷들이 다시 현관 앞으로 도착하기까지 5일 정도가 소요됐다.
옷과 모자, 가방 등 모두 9개의 세탁물을 맡겼는데 절반은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했다. 옷을 들고 세탁소를 오고 가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어 좋았다. 옷마다 라벨에 저마다의 세탁 방식이 적혀 있지만 그럼에도 아리송할 때가 많아, 드라이클리닝 해야 할 옷을 물 세탁해버리는 등 적절치 않은 방법으로 빨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 역시 장점이었다. 대부분의 옷들이 말끔해진 상태로 도착한 가운데 얼룩진 흰 옷 역시 누렇게 변색된 부분이 상당히 옅어진 채였다. 안내지엔 ‘개별 클리닝은 완료했으나 기타 작업 시 손상이 우려돼 요청한 집중 케어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지만 결과는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런드리고 앱에선 물건도 살 수 있다. 구매한 물건은 세탁물을 배송받을 때 함께 받을 수 있다. 다수의 브랜드 중 ‘라이프고즈온(Life goes on)’은 의식주컴퍼니 자체 브랜드다. 옷과 이불, 수건 등을 클리닝하는 과정에서 쌓인 각종 데이터들을 색다르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셔츠와 속옷, 이불, 수건 등 제품군이 다양하다. ‘라이프고즈온’ 브랜드의 셔츠도 함께 접하게 됐는데, 재질이 좋아 티셔츠 등 다른 제품들도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세탁과 다림질이 모두 완료된 상태로 배송돼, 새 옷을 구매한 후 별도로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점이었다.
세상이 혼란하고 일상이 요동쳐도, 인생은 계속 되고 빨래도 계속 된다. 모든 더러움과 묵은 때가 씻긴 채 부드럽고 뽀송해진 옷은 내내 불안하고 지치고 분노하는 와중에 때로는 큰 위안이 된다. 오늘 아침 런드리고에서 배송된 옷들을 바라보며, 새삼스레 빨래를 마치고 말끔해진 옷들과 같은 나날을 소망해봤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