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강화 큰 보람… 대가 바라지 않고 묵묵히 봉사”
26명 시민, 퇴근 후 자발적 순찰 실시
헌신 인정받아 지난달 경찰청장 표창
지역 위해 일한다는 뿌듯함으로 위안

지난 달 6일 밤 군포시 대야동. 여느 때처럼 순찰을 돌던 군포 대야지대 자율방범대원들 눈에 으슥한 곳에 주차돼 있던 차 한 대가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갔더니 운전석 쪽에서 연기가 흘러나왔다. 차 문을 열어 보니 한 남성이 누워있는 채였다. 놀라움도 잠시, 외부 공기가 차량 내부로 유입되자 불이 확 붙었다.
겁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겠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이필례 대야지대장과 임원택 부대장, 함은수 군포시 자율방범연합대 교통국장, 이용환 대원, 현직 시의원이기도 한 이길호 대원 등 5명이 모두 달라붙어 남성을 옮기고 119에 신고했다. 이 지대장은 초기 진화를 위해 150m 가량 떨어진 카페로 달려가 급한대로 1ℓ 우유팩 2개를 얻어 물을 담아왔다. 이 지대장은 “연기를 들이마시니까 저희도 어지럽고 기침이 났다. 정황상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분 같았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고 한다”며 “그동안 순찰하면서 이런 일을 맞닥뜨린게 네 번째다. 목숨을 구한 분도 있고,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방범 활동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을 순찰하는 활동이다. 군포시엔 모두 300명 가량의 자율방범대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지만 도심과 다소 떨어져 있는 데다 순찰 대상 지역이 넓고 외지인들의 방문이 잦은 대야동은 치안 수요가 적지 않은 곳으로 분류된다. 이른바 ‘강호순 사건’ 발생으로 한때 대야지대가 와해되다시피 했지만 그럼에도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하나 둘 다시 모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26명이 대야지대에서 활동 중이다. 이번처럼 치안 강화를 위해 헌신해온 점을 인정받아 이 지대장은 지난달 열린 제10회 자율방범대의 날 행사에서 경찰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번과 같은 사건을 맞닥뜨리면 오랜 기간 트라우마를 겪기도 하지만 대원들은 그럼에도 방범 활동이 큰 보람을 준다고 했다. 함께 구조에 나섰던 함은수 국장은 “아이들이 PC방에 갔다가 형들에게 돈을 뺏겼다는 말을 듣고 동네 순찰을 시작한 게 벌써 20년째”라며 “다들 본업이 있는데 퇴근하고 이 일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기본적으로 봉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 지대장도 “그런 사건을 겪으면 잠을 거의 못 잔다. 상담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 힘드니까 그만해야지 싶다가도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오히려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이성민 군포시자율방범연합대장은 “모두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봉사하고 있다.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 지역을 위해 일한다는 뿌듯함 때문에 활동하고 있어 그런 것 같다”고 강조했다.

군포/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