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 탑3 ‘위키드’

뮤지컬 배우들 영화 더빙, 많은 주목

 

‘국내 최다 엘파바’ 타이틀의 박혜나

“매력 많아, 사람들 작품 보며 공감”

“위키드는 음악만 좋은 작품이 아니라, 드라마도 정말 훌륭하죠. 아는 만큼 보이는, 마치 어른의 철학책 같은 양파 같은 매력을 가졌어요. 사람들이 지금도 이 작품을 보며 공감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흥행한 뮤지컬 탑3 안에 드는 ‘위키드’. 21세기 최고의 히트작으로 불리며 토니상·그래미상 등 100여 개의 어워즈를 휩쓴 이 작품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즈의 마법사’ 속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위키드가 영화화 되며 ‘엘파바’ 역의 신시아 에리보, ‘글린다’ 역의 아리아나 그란데 등의 출연진과 함께 무대 위의 상상력을 스크린 속에 펼쳐내며 흥행 순항 중이다.

배우 박혜나 /샘컴퍼니 제공
배우 박혜나 /샘컴퍼니 제공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이후 더빙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에서 더빙 버전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름 아닌 화려한 캐스트에 있다. 2013년 한국 라이선스 초연부터 삼연에 이르기까지 위키드에 참여했던 배우들은 물론 국내 정상급 뮤지컬 배우들이 영화 속을 자유롭게 누빈다. 마치 영화관에서 한 편의 뮤지컬을 눈앞에서 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음악이 가진 힘과 작품의 서사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더빙 버전은 영화의 매력을 배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내 최다 엘파바’라는 타이틀을 가진 배우 박혜나가 있다.

사실 위키드는 박혜나가 ‘구원투수’라고 표현할 만큼 그에겐 특별한 작품이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던 그는 위키드 초연을 통해 대극장의 첫 주연을 따냈다. 1년간 공연을 하지 않는 날에도 연습실을 올라가 모니터를 틀어놓고 연습할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던 이 작품은 ‘잘해내야 한다’는 끝도 없는 책임감과 함께 배우 박혜나가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돼 주었다. 그리고 올해, 출산 후 어떻게 복귀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그에게 다시 위키드가 찾아왔다. 이를 두고 박혜나는 ‘감사함’이라는 단어로 그 마음을 전했다.

영화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 더빙을 맡은 배우 박혜나. /유니버셜픽쳐스 제공
영화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 더빙을 맡은 배우 박혜나. /유니버셜픽쳐스 제공

더빙은 소리·영상 이질감 들면 안돼

영상속 인물의 표현 정확히 보여줘야

“저 박혜나라는 인물은 영상엔 없어”

뮤지컬에서 직접 연기한 ‘엘파바’와 영화 속 ‘엘파바’는 어떤 점이 다를까. 박혜나는 “더빙은 소리와 영상에 이질감이 들면 안된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이 영상 속 인물이 어떻게 느꼈고 어떤 표현을 하는지를 더 정확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신시아 에리보라는 배우가 가진 신체라는 악기가 저와 달라 그 소리를 좀 더 잘 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두 ‘엘파바’의 캐릭터도 달랐다고 했다. 그는 “무대에서는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운명을 타고나 겪게 되는 선입견들 속에 상처를 받는 인물로, 어쩌면 피해의식이란 감정을 분출하는 형태로 표현된다. 이에 반해 영화에서는 그런 피해의식들을 잘 감내하고 이것이 내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또 어떻게 내가 잘 안고 가야 할 것인가를 이성적으로 끌고 간다”며 “그런 감정에 맞는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보면 저 박혜나라는 인물은 영상에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대가 영화에서 잘 구현됐다고 생각했던 장면으로는 피예로와 엘파바가 서로의 공통점을 느끼며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지점을 꼽았다. 박혜나는 “영화에서는 피예로가 자신이 타고 온 말과 말을 한다. 그래서 엘파바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모든 학생이 마법으로 잠이 들었을 때도 그 둘만 깨어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엘파바가 많은 감정을 표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그 행동과 성격이 와닿는 것은 아무래도 눈빛이나 표정, 숨소리 등으로 디테일하게 심리상태를 표현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박혜나. /샘컴퍼니 제공
배우 박혜나. /샘컴퍼니 제공

후속편 개봉까지 1년의 인터미션이 너무 길다라는 우스갯소리에 박혜나는 기다림을 충족시켜주는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을 밝혔다. 그는 “무엇을 더 보여주려고 이렇게 많은 드라마를 쌓아놨을까 생각하게 된다. 관객으로서 또 더빙을 한 배우로서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배우 박혜나에게 올 한해는 온전히 무대를 쉬게 된 쉼표이자, 새로운 출발점이다. 그는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건 아마 안되는 노래를 붙잡고 어떻게든 되게 만들었던 그 시간, 오디션에 계속 떨어지면서도 ‘이조차 나의 연습 기회다’라고 생각을 바꿨던 그런 혜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데뷔 작품을 했을 때 가졌던 마음과 무대에 대한 진정성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요. 제가 ‘위키드’가 흥행 되면 초록 분장을 하고 여러분께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어떤 형태로든 그 약속을 꼭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