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돌아보는 청년 국악인들
6차례 대규모 연희공연, 신명난 무대
“대중성 갖추고 관람 연령대도 낮아져”
“인천내보다 타지역 축제 많이 참여”
“안정적 활동 위한 시립국악단 필요”

“인천의 청년 국악인들을 붙잡고 키워내야 합니다.”
올해 인천 청년 국악인들은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이들은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을 중심으로 꾸려진 프로젝트 그룹 ‘인천전통연희단’으로 모여 부평풍물대축제, 6차례의 대규모 연희공연 ‘인천아리랑 연가’(11월 4일자 11면 보도) 등에서 한바탕 신명이 나게 놀았다. 인천에서도 이토록 큰 판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청년 국악인들은 앞으로도 인천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번에 찾은 ‘가능성’을 미래로 실현하고자 한다. 지난 9일 오후 인천 부평구 국악전용극장 잔치마당에서 열린 ‘인천 청년 국악인 좌담회’를 찾은 젊은 국악인들은 “판을 키울 때가 왔다”고 입을 모았다. 잔치마당 신희숙 기획팀장이 진행한 좌담회에는 최병진(38), 이정현(28), 박가은(28), 신혜진(26) 등 청년 국악인, ‘인천아리랑 연가’ 오승재(51) 예술감독과 전승우(41) 무대감독이 참여했다.
올해는 잔치마당이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지역대표 예술단체 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청년들의 참여 폭이 넓어졌다. 인천에 거주하지만, 경기도 시흥에서 연희창작단 ‘두둥탁’ 부대표를 맡아 타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정현 씨는 “청년 국악인들은 사실상 프리랜서로 활동해 함께 모여 연주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번에 인천에서 큰 무대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인천아리랑 연가’에서 보기 드문 여성 상쇠로 나섰던 연희꾼 박가은 씨는 “꽹과리를 잡는 여성 상쇠는 사실 많지 않은데, 이번 공연에서 꽹과리재비로 나설 수 있어 행복했다”며 “인천에서 더 활동을 넓혀가고 싶다”고 했다. 타악 연주자 신혜진 씨는 최근 인천문화재단의 예술창작생애지원(신진) 사업으로 자신의 첫 공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기획, 공연장 대관 등 행정 처리, 연주 등을 도맡았다.
청년 국악인으로 살아가기란 녹록지 않다고 한다. 인천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국가무형유산 남사당놀이 이수자인 최병진 씨는 “인천의 청년 예술인 또는 예술단체가 인천에서 공연에 초청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서울이나 타 지역 축제로 많이 간다”며 “활동 영역도 청년 국악인에 대한 지원도 한정적”이라고 했다.
왜 인천에서 청년 국악인을 육성해야 할까. 이번 ‘인천아리랑 연가’의 성과로 답변을 대신했다. 오승재 예술감독은 “잔치마당이 십수 년 동안 꾸준히 개발해온 인천 관련 콘텐츠를 ‘인천아리랑 연가’로 집대성한 것인데, 대중성을 갖춘 데다 청년 국악인들의 참여로 관람객 연령층도 낮아졌다”며 “전국에서 인천을 대표할 수 있는 공연 레퍼토리가 됐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거주하는 많은 청년 국악인이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천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날 모인 국악인들은 인천시가 지난 7월 시행된 ‘국악진흥법’을 적절히 활용해 지역에서 청년이 활동할 여건을 조성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인천시립국악단’ 창단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병진 씨는 “지역적 특색을 갖고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려면 안정적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립 단체는 꼭 필요하다”며 “인천시립국악단이 생긴다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희숙 팀장도 “인천시립국악단이 점점 밖으로 빠져나가는 국악인들을 붙잡을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역 공연시설들이 청년 국악인들의 다양한 시도를 품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전승우 감독은 “공연 비수기인 1~4월 공공 공연시설에서 국악뿐 아니라 청년 예술인들이 저렴한 대관료로 작품을 올릴 기회를 주는 축제를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며 “공연장 입장에서도 큰 손해를 볼 것은 아니고, 오히려 입소문이 난다면 흥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