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실 비공개회동 갈등 폭발
박찬대, 인사 생략 대놓고 요구안
권성동 “협상 파트너 의문” 일침
17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첫 대면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이후 ‘극단적 갈등상태’에 이른 여야 관계를 그대로 노출했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후 4시30분 의장 집무실을 찾은 양당 원내대표에게 덕담하고 민생현안해결, 헌법재판관 국회추천 일정, 비상계엄 국정조사 특위 구성 등을 주문했다.
그러나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의례적 인사조차 생략하고 ▲내란사태 국조특위 신속 개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구성 ▲여당이라면서 국무위원 압박하지 말 것 ▲국정안정협의체 참여 ▲18일부터 새로운 임시회에 추경과 대정부질문 등 5가지를 번호를 붙여가며 요구했다.
우 의장이 ‘비상계엄 국조특위 구성’이라고 한 것을 박 원내대표는 ‘내란사태’라며, 국민의힘에는 “내란수괴 윤석열 대통령에 동조했던 국민의힘이 조금이라도 국민 앞에 죄를 씻는 길”이라고도 했다. 또 박 원내대표는 “셋째, 비상시국에 국무위원들에게 여당이라면서 불필요한 압박을 가해서는 안된다”고 경고도 했다.
면전에서 불쾌감을 느낀 권 원내대표도 지지 않았다. 그는 “새로 취임한 원내대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고,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후 민주당 박 원내대표에게 면담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했고,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협상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더니 이렇게 격하게 저를 환영해 줬다. 저를 협상파트너로서 인정한 것인지 되묻지 아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여당이 당정협의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면서 “민주당이 자기 입맛에 맞게 이건 되고 저건 안된다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범위를 설정하는 걸 보면 저는 오히려 어이가 없다”고 공세를 폈다.
이어 “앞으로 여의도 집권당인 민주당의 아주 하해와 같은 아량을 바라겠다”며 비아냥으로 마무리했다.
40여분 비공개 회동에 대해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안에선 고성이 오갔다”고 전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양측은 아무런 합의도 하지 못했다. 박성준 원내수석은 우 의장이 비상계엄 국정조사 특위 위원 명단을 오는 20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해 이를 여당과 협의해야 한다고 전했고,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는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아도 오는 23일과 24일 단독으로라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는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임명권한이 없어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따라서 민주당이 요구한 27일 본회의는 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과 의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므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비상계엄 국정조사 특위를 두고도 박 원내수석은,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 원내수석은 이를 18일 오후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