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노동자에겐 불가능한 ‘시간 통제’

불평등한 재편·일하지 않을 권리 등 모색

■ 시간 불평등┃가이 스탠딩 지음. 안효상 옮김. 창비 펴냄. 544쪽. 2만8천원

‘프레카리아트’. 기본소득 담론의 최고 권위자,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이 정립한 단어다.

소득을 오로지 임금 노동에만 의존하며 주로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계급을 뜻한다. 단기 계약직, 플랫폼 노동 종사자는 프레카리아트의 극명한 예시다.

이들의 시간은 불확실하다. 자신의 시간을 통제할 수 없을뿐더러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일에 상당한 시간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신간 ‘시간 불평등’은 보편 다수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시야를 확장하고, ‘일하지 않을 권리’를 모색하는 책이다. 전제는 노동 그 자체다. 스탠딩은 부의 분배만큼이나 시간의 분배 역시 노동으로 인해 불평등하게 재편된다는 점을 논증한다.

아울러 시간의 자유가 과거는 물론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째서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이 됐는지 역사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스탠딩은 노동을 인간 생활의 중심에 두는 신념인 ‘노동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는다. 좌파와 우파 모두 노동주의에 함몰돼 실책을 범한다는 것이다.

“우파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가지도록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좌파는 ‘모든’ 사람들이 일자리를 가지도록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쪽 다 워크페어의 어떤 변형을 설교했다.”

불평등한 시간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에 매몰된 다수의 사람이 시민으로서 행사해야 할 정치적 권리와 의무에서 배제된다는 점이다. 돌봄, 정치 참여, 토론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를 민주주의 기반을 약화하는 “모든 불평등 중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생계유지를 위한 노동에 얽매이지 않을 방안으로 기본소득의 도입을 거듭 강조한다. 다소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과로 사회’, ‘일 중독 사회’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깊이 생각해볼 만한 분석을 제시한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