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 내용의 메시지에 ‘명의 도용’ 피해
박근혜 탄핵 당시에도 ‘가짜 메시지’ 확산
관련 민원에 경기남부경찰청 업무 마비돼
“단순 명의 도용 처벌 규정도 마련되어야”
긴급! ‘윤석열 사망’이라는 CNN 기사 절대 열지 마세요. 열어보는 순간 휴대폰이 북한 해커에게 접수됩니다.
‘윤석열 사망’이라는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메시지가 최근 인터넷 카페, SNS,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메시지를 접한 누리꾼들은 “무섭다”, “알려줘서 감사하다. 주위에 널리 널리 알리겠다”고 하네요. 메시지 내용을 믿는 듯 합니다.
그러나 해당 메시지는 허위 정보를 담은 ‘가짜 메시지’입니다.
‘가짜 메시지’ 속 실존인물, 그러나 숨은 피해자
이들이 가짜 메시지를 믿게 된 건 메시지 말미에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안전계장 경정 이영필’이라는 이름이 적혀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영필 계장은 실제로 경기남부경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실존 인물이지만 해당 메시지는 내용도 허위일 뿐더러 이영필 계장이 보내지도 않았습니다.
가짜 메시지에 실명이 거론돼 하루에도 수십통씩 연락을 받고 있다는 이영필 계장은 가짜 메시지의 숨은 피해자입니다.
사실 해당 메시지는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국면부터 떠돌던 메시지입니다. ‘박근혜 사망’으로 떠돌던 메시지가 ‘윤석열 사망’으로 바뀐 채 다시 등장한 겁니다.
영문도 모른채 명의를 도용당한 이 계장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도 “왜 가짜 메시지를 현직 경찰이 보내냐?”는 항의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20일 경기남부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만난 이영필 계장은 “인터뷰를 통해서 해당 메시지가 사실이 아니고, 제가 보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혼란스러운 정국 속 기승 부리는 ‘허위 정보’
최근 비상계엄령 사태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인터넷과 SNS에 허위 정보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계엄 등 단어가 카카오톡 메시지에 포함되면 이용이 제한된다’, ‘탄핵 촉구 집회 참석한 사람은 미국 비자 발급이 안된다’ 등의 허위 정보부터 보이스피싱까지 그야말로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명의로는 계엄령 선포를 옹호하는 내용의 글이 유포돼 고용노동부가 법적 대응에 나섰는데도, 해당 글은 아직도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짜 메시지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상황에 이 계장은 자체적으로 “해당 메시지는 누군가 제 명의를 도용해 유포한 허위사실로 받는 즉시 삭제 부탁드린다”는 해명문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당히 불쾌하죠. 좋은 내용으로 메시지가 도는 것도 아니고.
“지난 2016년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민원 전화가 쏟아지고 개인적으로도 묻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통신 3사와 카카오톡에 공문을 보내 ‘박근혜·최순실·이영필’ 관련 메시지를 제재해달라고 했었어요. 그때 그러고 조금 잠잠해졌다가도 간간히 메시지가 떠도는걸 보긴 했는데, 며칠 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메시지가 돌고 있다고 해서 당혹스럽네요”
2016년 11월에도 악성코드가 담긴 이메일이 떠돌았던 것은 맞지만 이 계장이 관련 메시지를 보낸 적은 없다고 합니다. 메시지의 신빙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당시 사이버안전계장이었던 이 계장의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추측할 뿐입니다.
‘단순 명의 도용’ 관련 처벌 법적 규정 마련해야
당시에는 수사 요청이나 법적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참아왔던 이 계장은 이번엔 법적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공무원으로서 어느정도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엄청난 속도로 재유포되는걸 보니 특정 세력 등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불순한 목적이있는 것 아닌가 의심되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법적조치를 알아보고 있고 통신사 등 제재도 다시 요청하려고 해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부터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안전계장, 사이버수사기획계장까지 15년이 넘게 사이버수사를 담당해온 전문가인 이 계장은 가짜 메시지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피해 예방을 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단순 명의 도용은 명확하게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어서 처벌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관련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가짜 메시지가)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거죠. 악성코드로 개인정보 등이 유출돼 클릭 한번에 전 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있어요. 딥페이크 등이 발달하면서 이런 사이버 범죄도 범람할텐데, 직접 대면하고 확인한 정보에만 대응을 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영지·마주영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