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 역할하는 정이사 선임에도

손종국 전 총장 아들 손원호씨 소식에

학내 각 조직 ‘정상화 우려’ 예의주시

손 전 총장 과거 비위혐의로 직 사퇴

비대위 “잃어버린 10년 종지부” 목청

경기도를 대표하는 사립 종합대학교인 경기대가 학교 정상화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경기대 교수회에 따르면 경기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경기학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지난 2022년 교육부에서 임시이사를 파견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9월 열린 제221차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학교법인 경기학원의 정상화 추진이 결정됐습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학교법인의 정상화 등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역할을 합니다.

황의갑 경기대 교수회장이 교육부 앞에서 경기대 학교법인 정이사 선임을 조속히 진행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경기대 교수회 제공
황의갑 경기대 교수회장이 교육부 앞에서 경기대 학교법인 정이사 선임을 조속히 진행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경기대 교수회 제공

하지만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곧바로 정이사 결정을 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경기대 교수회, 학생들로 구성된 ‘경기대학교 올바른 정상화를 위한 학생비상대책위원회’ 등 여러 조직들이 조속한 정이사 선임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지난 23일 열린 제225차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학교법인 경기학원의 정이사들이 선임됐습니다.

이제 학교 운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하는 정이사가 결정됨에 따라 학교 발전의 토대가 마련됐지만, 손종국 전 총장의 아들인 손원호씨가 정이사로 선임되면서 학내 각 조직들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손원호씨는 전·현직이사협의체로부터 후보로 추천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경기학원의 정상화 추진 결정을 하면서 전·현직이사협의체 4인, 경기대 대학평의원회 4인, 개방이사추천위원회 4인, 관할청(교육부장관) 4인 등 총 16인의 정이사 후보자를 추천받아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경기대 설립자의 아들인 손 전 총장은 과거 교수임용을 조건으로 돈을 받고 교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손 전 총장의 이같은 이력 때문에 경기대는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2004년 손 전 총장이 자신의 비위 혐의로 총장직을 사퇴한 이후 교육부에서 임시이사를 파견해 임시이사 체제가 이어지다 2012년에 정이사가 선임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학교법인 경기학원 이사들 간의 내분으로 총장 선임을 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생기자 교육부가 다시 임시이사를 파견한 겁니다.

지난 23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회의가 열린 여의도TP타워 앞에서 ‘경기대학교 올바른 정상화를 위한 학생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손종국 일가의 정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경기대학교 올바른 정상화를 위한 학생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지난 23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회의가 열린 여의도TP타워 앞에서 ‘경기대학교 올바른 정상화를 위한 학생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손종국 일가의 정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경기대학교 올바른 정상화를 위한 학생비상대책위원회 제공

평소 손씨 일가의 정이사 선임 반대를 주장해 온 경기대학교 올바른 정상화를 위한 학생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이번 손원호 씨의 정이사 선임과 관련해 우선 학생들의 의사를 파악해 향후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이들은 구재단 인사인 손원호씨가 학교를 정상화할 수 있는 적임자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성명문을 통해 “이미 경기대학은 2012년도에 정상화를 한 바 있지만, 구재단의 대거 유입으로 잃어버린 지난 10년의 세월을 지내온 바가 있다”며 “잃어버린 경기대학의 10년, 이제는 종지부를 찍고 주변의 대학들처럼 새로운 번영과 영화의 학원으로서 꽃피울 때”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경기대 학생들이 학교에서 손종국 전 총장 일가의 정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고 있다. /경기대학교 신문방송사 웹진거북이 제공
지난달 경기대 학생들이 학교에서 손종국 전 총장 일가의 정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내용의 집회를 열고 있다. /경기대학교 신문방송사 웹진거북이 제공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학우분들에게 이번 일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드리고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손 전 총장의) 아들이라는 사람이 개혁적인 의지를 갖고 학교를 바꿔나가겠다는 것도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경기대지회 역시 손원호씨의 정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경기대지회 관계자는 “학교를 잘 이끌어 갈 것 같고,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분을 추천했다면 강력하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교수회 관계자는 “임시이사 체제는 현상 유지만 하는 것”이라며 “어떤 비전을 가지고 (학교를) 이끌어가야 하는데 임시이사 체제에서는 그게 잘 안되는 상황이어서 정이사 체제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제 학교를 정상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난달 경기대 학생들이 교육부 인근에서 손종국 전 총장 일가의 정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경기대학교 신문방송사 웹진거북이 제공
지난달 경기대 학생들이 교육부 인근에서 손종국 전 총장 일가의 정이사 선임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경기대학교 신문방송사 웹진거북이 제공

이번 정이사 선임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해 교수노조 경기대지회, 교수회 등 모든 학내 조직은 경기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겁니다.

경기대가 이제는 학교법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사학 대학으로 그 역할을 다하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