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25년만에 요금 인상 결단

올 하반기 경기침체 깊어지며 주춤

자동차 등록대수 늘어나 미룰 수 없어

예정은 내년 7월… 새해에 시기 정할 듯

인천시가 25년만에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을 준비하고 있지만 비상계엄 이슈로 물가안정이라는 또 다른 과제가 생겼다. 소래습지생태공원 공영주차장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시가 25년만에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을 준비하고 있지만 비상계엄 이슈로 물가안정이라는 또 다른 과제가 생겼다. 소래습지생태공원 공영주차장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시가 25년만에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오른 물가상승률과 인건비 등을 고려해 요금을 현실화하기 위한 대책인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물가안정’이 핵심과제로 떠오르면서 인천시는 주차요금 인상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20세기부터 동결된 공영주차장 이용료

인천에서 1시간 동안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얼마를 내야 할까요? 주차 수요가 많아 요금이 가장 비싸게 매겨지는 1급지 주차장을 기준으로 하면 최초 30분 동안 1천원, 그 뒤로는 15분마다 500원이 부과되니 2천원이 필요합니다.

인천의 주차요금은 20세기의 마지막 해였던 1999년에 한 차례 오른 뒤 25년간 그대롭니다. 같은 기간 택시 기본요금은 3.7배, 지하철 기본요금은 3배,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2.8배씩 오른 것과 대조적이죠.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짜장면의 인천지역 평균 가격도 1999년 2천500원에서 올해 6천750원으로 2.7배 올랐습니다.

1999년- 2024년 대중교통·인천 공영주차장 기본요금 변화 추이(출처: 인천연구원)

다른 도시의 주차요금과 비교해봐도 인천의 공영주차장 요금은 저렴합니다. 인천과 비슷한 인구 규모를 가진 부산의 공영주차장 요금은 1시간에 4천200원으로 인천 주차요금의 2배를 웃돕니다. 서울(6천원), 대구(2천500원) 등 다른 대도시의 주차요금도 인천을 앞지르죠.

인천의 주차요금은 20세기의 마지막 해였던 1999년에 한 차례 오른 뒤 25년간 그대로다. 같은 기간 택시 기본요금은 3.7배, 지하철 기본요금은 3배,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2.8배씩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경인일보DB
인천의 주차요금은 20세기의 마지막 해였던 1999년에 한 차례 오른 뒤 25년간 그대로다. 같은 기간 택시 기본요금은 3.7배, 지하철 기본요금은 3배,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2.8배씩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경인일보DB

나빠진 경기, 인상 시점은 불확실

한결같던 인천의 공영주차장 요금은 인천시의 계획대로면 내년 7월 1일부터 오를 예정이었습니다. 25년 동안 오른 물가상승률과 임금인상률 등을 고려하면 주차장 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했기 때문인데요. 주차장 관리비용과 인건비는 주차요금과 달리 꾸준히 올랐으니 지자체의 재정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죠.

김대중(국·미추홀구2) 인천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천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개정안’에는 현재 요금보다 20% 인상된 주차요금을 적용하는 안이 포함됐습니다. 지난 13일 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요금 인상이 이뤄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고, 비상계엄 사태로 벌어진 혼란에 소비 심리도 더욱 위축하면서 인천시가 주차장 요금 인상을 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지난 17일 유정복 시장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공공요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이 나왔는데, 공영주차장 요금 역시 여기에 포함됐기 때문이죠. 한 번 오르면 내리지 않는 공공요금의 특성상, 지금처럼 앞날을 가늠하기 힘든 경제 상황에서 무작정 올리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인천시가 25년만의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을 앞두고 물가 안정과 요금 현실화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계산택지의 공영주차장. /경인일보DB
인천시가 25년만의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을 앞두고 물가 안정과 요금 현실화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계산택지의 공영주차장. /경인일보DB

주차난 해소, 대중교통 촉진 위해 인상 필요

그렇다고 주차요금 인상을 차일피일 미룰 수도 없습니다. 현행 요금이 결정된 1999년과 비교해 동시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천의 자동차 등록 대수로 인해 주차장이 포화 상태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인천의 주차장 확보율은 80.3%(올해 6월 기준)로 서울과 6대 광역시 중 가장 낮은데, 주차난이 심각한 원도심 주택가 일대의 주차장 확보율은 70%대로 더욱 부족합니다.

자동차를 둘 공간을 무한정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차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특히 부평역과 구월동 등 1999년 당시 인천의 중심 상권으로 기능했던 지역에 한정된 1급 공영주차장을 주차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확대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죠. 인천연구원 석종수 교통물류연구부장은 “1999년 이후 인천 내에 도시철도가 다수 개통했고, 대중교통 환승 제도 등 요금체계도 바뀌었다”며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특성을 반영한 요금·급지 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조차 식상할 만큼 물가 오르는 속도가 무섭습니다. 공공요금이라도 주머니 부담을 덜어주면 좋을 텐데, 한편으론 재정 문제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보이기도 합니다. 인천시는 새해에 정확한 요금 인상 적용 시기를 확정한다고 하는데요. 예정대로 내년 7월이 될지, 속도 조절에 나설지 주목됩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