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나도 썼어 너도 써봐’
시험을 치르기 위한 ‘시’ 아닌
느낌대로 즐기는 작품들 실어
인세 전액 심장병 환자에 기부
‘아침이네요 / 어제의 한숨이 / 흔적도 없네요 / 다행이네요’ (시 ‘다행이다’)
‘꼭 / 사람은 살다가 죽나요? / 아니 / 죽다가 살기도 해’ (시 ‘인생’)
‘거짓말로 / 사랑하는 방식은 / 엄마만 할 수 있다’ (시 ‘엄마’)
‘신부님의 설교와는 / 다르다 / 아내의 설교에는 / 대답을 해야 한다’ (시 ‘아내의 설교’)
인천 출신 방송인이자 사단법인 한국가위바위보협회의 회장 장용이 시인으로 돌아왔다. 장용 회장이 최근 출간한 그의 첫 시집 ‘나도 썼어 너도 써 봐’(마음시회) 속에는 짧지만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시가 가득하다.
지난 27일 인천 계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용 회장은 스스로를 “B급 시인”이라 칭했다. 그러나 4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방송인의 입담을 시로 바꾸고 보니 마음을 콕 찌르는 솜씨가 여간이 아니다. 그는 “전혀 시인 같지 않은 사람이 썼으니 여러분도 시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같이 써보자는 취지로 시집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 시를 좋아하긴 했는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국어 선생님들이 싫었어요. 시를 즐기진 않고 맨날 분석하고 분해해서 시험을 치르는 시만 가르쳤거든요. 정답만 써야 하는 시를 배웠죠. 하지만 저는 아포리즘 비슷하게 제 느낌대로 대중적으로 즐기는 시를 세상에 던져 보고 싶었어요.”
장용 회장은 2021년 3월1일부터 거의 매일 시를 써서 페이스북에 올렸다. 3년 7개월 동안 730편에 달하는 시를 썼다. 만년필로 직접 글씨를 써서 올렸는데,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의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 급기야 페친인 시집 전문 출판사 사장이 “시집 냅시다”라고 제안하면서 730여 편 가운데 100편을 엄선한 시집을 만들어 냈다. 자필로 쓴 시와 삽화, 페이스북 친구들의 댓글을 이번 시집에 함께 실었다.
“제가 등단 작가도 아니고요. 귀한 시인들이 열심히 쓰시는데 잘난 척할 수도 없고요. B급 시 쓰기인데, 다행히도 반응이 좋았어요. 마음에 와닿는다는 댓글들이 달리고, 그 댓글들이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고 있었어요.”
인천 출신답게 바다 내음도 물씬 풍긴다. ‘운동화도 샀다 / 졸업장도 땄다 / 엄마가 따온 석화’ (시 ‘엄마꽃’) 이 시에서 석화(石花)는 인천의 수산물 굴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북성포구’란 제목의 시도 재치 있게 운치가 있다. ‘노을 한 잔 하실래요 / 두 병을 마셔도 / 대리운전은 / 필요 없습니다.’ (시 ‘북성포구’)
장용 회장은 심장병 환자들을 돕고자 이번에 낸 시집의 인세 전액을 세종병원에 기부하기로 했다.
“심장병을 앓은 가족이 있기도 하고, 대중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천만원을 기부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시집을 대략 7천권 정도 팔아야 해요. 많이 사주셔야 합니다. 인터뷰 기사에 저자의 주장을 꼭 써주세요. ‘책은 보는 게 아니라 사는 거다!’”
장용 회장은 ‘가위바위보’ 게임을 전파하는 한국가위바위보협회를 창립하기도 했다. 왜 가위바위보인가. 그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순환의 철학이자 완벽한 3자 견제가 가능한 공정한 게임”이라며 “내년엔 가위바위보 대회를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