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 일상 되찾기… 사랑의 손길로 ‘공동체 희망’ 품는다
법무보호위원 경기북부지부, 학령기 자녀
‘푸른꿈 장학금’ 조성… 올해 12가정 도움
결연통해 정기적 고충 상담 등 심리적 지원
지역의료기관 협약… 의료복지 혜택도 관심
‘플라타너스 합동결혼식’ 18년째 이어온 사업
지역中企 10곳·후원기업 참여 일자리 제공

국내 출소자 10명 중 2명은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범죄에 손을 대다 차가운 교도소 신세를 지고 있다. 법무부 통계(법무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재범률은 22.5%로 10년 전인 2014년 22.1%와 별반 다르지 않은 흐름을 보인다. 출소자가 사회에 나와 손을 씻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처럼 출소자의 재범률을 낮추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범죄로부터 안전해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법무부 산하기관으로 출소자를 비롯해 법적 처분을 받은 대상자가 사회에 온전히 정착할 수 있도록 법무보호 복지사업을 수행한다. 법무보호위원은 자원해서 법무보호 복지사업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일을 담당하는 민간 조직이다. 사회적 편견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하는 출소자들에게는 간절한 사업일 수밖에 없다.
올해 경기북부지역에서도 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와 법무부 법무보호위원 경기북부지부협의회가 주축이 돼 다양한 법무보호복지사업이 진행됐다. 덕분에 많은 출소자가 새로운 삶의 희망을 얻거나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 생활·가족지원 사업
가정이 있는 출소자는 당장 가정의 생계를 해결해야 할 일에 부닥친다. 학령기 자녀가 있다면 더욱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출소 후 곧바로 일자리를 구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절망에 빠지기 십상이다.
법무보호위원 경기북부지부는 이들을 위해 ‘푸른꿈장학금’이란 기금을 조성, 올해 12가정의 자녀를 도왔다. 은행 대출조차 쉽지 않아 자녀 학비 마련에 발을 동동거리는 출소자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도움의 손길이었다. 장학기금은 대부분 법무보호위원들의 자발적인 개인 후원으로 마련되는 것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법무보호위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출소자 자녀들과 결연을 통해 이들의 고충을 정기적으로 상담해주고 있다. 자칫 불우한 가정환경을 비관해 탈선의 길로 빠질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법무보호위원 중에는 상담 전문가들이 있어 이들의 고충을 전문적으로 상담해주고 있다.
상담봉사에 참여하는 한 법무보호위원은 “아이들과 수시로 접촉하며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학교나 가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안정감과 위안을 얻는다”며 “출소자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자녀에 대한 심리적 지원 또한 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북부지부와 법무보호위원들은 지역 의료기관과 협약(MOU)을 맺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출소자와 가족들을 지원하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의료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매년 늘고 있고 의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출소자 가정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출소자의 결혼생활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사업이다.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아직 식을 올리지 못한 출소자 부부를 위해 경기북부지부와 법무보호위원들은 협업을 통해 합동결혼식을 주선하고 있다. ‘플라타너스 합동결혼식’은 올해로 18년째 이어져 온 대표적인 가족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은 복지공단과 법무보호위원뿐 아니라 검찰, 경찰, 기업, 사회단체 등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법무보호복지사업의 모범사례로 꼽힐 정도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늦게나마 식을 올린 부부들은 자신들을 위해 주위의 많은 사람이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고 삶의 큰 힘을 얻는다고 입을 모은다. 합동결혼식을 올린 출소자 중에는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이제 도움을 주는 입장으로 바뀐 이들도 많다. 이런 성공 사례들은 합동결혼식이 지금까지 오랜 기간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돼줬다.
특이한 점은 합동결혼식이 열릴 때면 온정이 담긴 축의금 형태의 성금이 지역사회 각계각층에서 답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금과 더불어 살림에 보탬이 되는 후원품도 쏟아지고 있다. 이런 일은 사업 초기엔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법무보호위원들은 이렇게 모인 성금과 성품을 출소자 부부의 보금자리 마련에 지원하고 있다.
■ 취업지원 사업
법무보호사업은 크게 생활지원과 취업지원, 가족지원, 상담지원 등 총 4개 분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 취업지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북부지부 관계자는 “복역 중 취업교육을 받거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고학력의 출소자가 늘고 있어 이들의 사회복귀에 취업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취업 지원은 안정적인 사회정착에도 상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소자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자세도 예전과 비교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경기북부만 하더라도 출소자들을 특정해 고용하는 중소기업이 하나둘 늘고 있다. 출소자들이 취업해 장기근속은 물론 능력과 근무태도를 인정받으면서 생긴 변화다. 실제 출소자 고용 업체 중에는 고용 만족도가 높은 기업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출소자 대상 고용 행사에 참여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도 경기북부지부와 경기북부지부협의회는 지역 중소기업 10개 업체와 후원기업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출소자들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했다. 출소자를 고용한 업체를 위한 사업기금도 조성되고 있다. 출소자 고용기업에 대한 기금지원은 출소자 고용이 기업에도 득이 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올해는 경기북부지부협의회 산하에 처음으로 취업지원위원회가 별도로 조직돼 더욱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고용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출소자 채용 기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명달 경기북부지부협의회 회장은 “올해도 법무보호복지공단과 많은 자원봉사자가 법무보호복지사업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며 “내년에는 더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자원봉사를 제공하고 법무보호사업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연 1회였던 자원봉사자 전문화교육을 연 2회로 확대해 법무보호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처럼 급변하는 사회환경에 발맞춰 법무보호복지사업도 점차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법무보호위원과 같은 지역사회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희철 경기북부지부장은 “법무보호사업은 단발성 활동이 아닌, 지속적이고 공동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과제”라며 “앞으로도 경기북부지역 내 법무보호대상자들의 사회정착을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선진적인 법무보호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