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쳐들어와 며칠째 끌고 가요
뿌리가 박혀 있는 재건축지구로
굴러다니는 벽시계 옆 이불과 옷가지 사이 사하라 장미는 피어 태엽을 작동하고 고양이가 고양이 꼬리를 잡고 무너진 담장을 친친 감아요 마침표를 찍었어도 빈집과 빈집 사이로 길이 지나가요
세발자전거와 두발자전거 사이에 있던 들뜬 목소리
그 소리가 어디로 갔을지 궁금하지만
살아있는 것들은 살고
넝쿨은 집으로 집으로 또 집으로 가요
갈라진 벽으로 들어온 찢어진 햇빛
빛과 함께 살아나는 먼지
벽지에서 헤매다 색을 잃어가는 색연필
메뉴판에서 썩어가는 토마토를 불러와 요리해요
어제와 다름없는 지붕을 만들어요
오르톨랑이 차려진 식탁
먹어본 적 없는 맛이 불러온 우리 집
이곳의 하늘이 가라앉을 동안
그늘이 그늘을 부풀려 발이 그늘 속으로 사라지고
우리의 과거는 해체되고 있어요
우리만 떠나고
여기엔
아침이 오고 쓰레기도 생기고 꽃이 피고 길이 지나가
고양이는 거실에서 짝짓기를 하고
살아 본 적 없는 세상에서
살아 본 적 없이 사는 것들이
이끼가 나무 의자를 점령한 시간의 길이를 재면서
있어요
우리는 아직도 집으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