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집이 외딴 시골이라 학교까지 거리가 어림잡아 3㎞ 정도 됐습니다.
아버지는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한 차로 실어다 주지 않았습니다.
8살 무렵 등하굣길 왕복 6㎞를 매일 걸으며 생각한 건, 일상을 견디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처음 이야기의 힘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첫 번째 습작을 쓴 뒤로 시간이 10년 정도 흘렀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제 글을 꾸준히 읽어주는 독자는 딱 네 분입니다. 그중 둘은 가족이고, 나머지 둘은 같은 방향의 길을 걷는 동료입니다.
혼자 쓰면 쓸 때의 기쁨, 그것뿐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걸로도 충분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계속 이어 나가기 힘듭니다. 글을 쓰다 보면 본능적으로 알게 됩니다.
아, 실패는 필연이구나.
그런데도 계속 쓸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네 분이 읽어줬기 때문입니다.
뭘 쓰든 간에
- 이놈 또 이상한 거 썼네.
- 네 생각이 나서 슬펐다.
- 여기는 설득이 되지 않아요.
- 감동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양한 감상을 받으면서, 그들과 연결됐다고 느꼈습니다. 이야기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할 수 있고, 여기에 지금 내 삶을 바칠만한 의미가 있다고 믿게 됐습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이 소설을 읽게 된 모든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좋은 삶을 살고, 좋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가 따로 있기 때문에 마저 쓰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