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도시 이야기 찾기… 수원, 기억을 탐구하다
예술가들 작품에 녹아 있는 이스터에그
익숙한 풍경들을 신선한 감각으로 덧칠
밀레니얼 세대 작가들 관점에서 재해석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곳곳에 진한 기억을 품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얽히며 만들어낸 일상은 이곳을 다층적으로 채운다. 수원시립미술관의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는 수원을 배경으로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이스터에그’라는 개념으로 탐구하는 전시다.
밀레니얼 세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은 도시 속 공간의 흔적과 기억을 참신한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익숙한 풍경은 어느새 신선한 감각으로 덧칠되며 낯설게 다가온다. 게임 속 개발자가 숨겨놓은 메시지인 이스터에그는 예술가들의 작품에도 마찬가지로 녹아 있어, 관람객에게 풍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김소라(40) 작가는 아버지의 유품인 아날로그 필름 사진을 단서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짓는다. ‘수원화성을 찾아서’는 사진 속 장소들을 답사하고 디지털 지도를 활용해 추적하며 얻어낸 결과물이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에서 딸로 이어지는 추억의 조각이 작품 안에서 교차하며 관람객에게 신선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신교명(33)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인공지능 로봇 ‘두들러’를 활용해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발견한다. 인공지능은 수원의 주요 관광지와 식당가 등에서 수집한 낙서를 학습하고 독창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두들러의 캔버스 작업 ‘기원_수원’ 시리즈는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유사한 인공지능의 관점을 제시한다.
유다영(32) 작가는 ‘읽어낼 수 없음’이라는 혼란스런 상태에 천착한다. 수원을 배경으로 실제와 허구가 뒤섞인 이야기를 사진 작업으로 표현한다. 의도적으로 불명확하게 표현된 작품은 관람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준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혼란과 무력감 등은 기존의 이미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정은별(38) 작가는 보편적인 시선에 주목한다. 수원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관찰한 공간 곳곳의 모퉁이가 영감의 대상이다. ‘모퉁이 이야기’는 현실에 존재하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에 포착되지 못한 틈새를 파고든 작품이다. 평범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장소들을 다시금 조명하며 감춰진 것들의 본질을 형상화한다.
윤이도 작가와 김태희 작가로 이뤄진 그룹 ‘XXX’는 수원의 오래된 장소에 담긴 토착 문화 등을 들여다본다. 팔달문시장, 지동시장, 못골시장, 영동시장을 답사하며 작품을 구상했다. 이들의 작품은 시장의 상인들과 물건들을 화폭에 탱화 형태로 표현하는 등 독특한 감상을 자아낸다. 특히 오래된 시장의 생명력을 상징적인 캐릭터와 사운드로 재현하며 시장을 지켜온 이들을 향한 경외심을 담았다.
신진 작가들의 시선으로 수원의 숨겨진 이야기와 기억을 탐구한 이번 전시는 오는 3월 3일까지 이어진다. 한편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밀레니얼 세대(1980~1994년생)로, 지난해 수원시립미술관의 신진 작가 공개모집인 ‘얍(YAB)-프로젝트’에서 15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