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농업혁신, 포천서 동남아과일 키운다

바야흐로 농업도 스마트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스마트팜이 대표적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농사와 농작물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관리한다. 이런 기술 발달은 작물 재배의 한계를 차츰 무너뜨리고 있다. 예를 들면 척박한 사막에서 벼농사를 짓는 것과 같이 과거엔 상상도 못 하던 일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포천에서 이런 상상 속 일을 현실로 만드는 농업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농업계에선 앞으로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며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0년 법인 차리고 불가능에 도전
종자 극저온 처리 병해충에도 내성
빛·온도·수분·비료 등 ‘365일 관리’
공장서 찍어내듯 당도·식감·향 유지
■ 불가능에 도전
30년 업력을 가진 유통업체 선우상사는 2020년 포천에 ‘선우팜’이라는 농업회사법인을 차리고 지금까지 국내에 없던 사업에 뛰어들었다. 열대작물을 계절에 상관없이 연중 365일 생산하는 사업이다.
첫 작물로 선택한 것이 과일 파파야다. 그것도 강원도와 거의 동일 위도에 있는 포천에서 열대작물을 재배한다는 사업구상에 처음엔 많은 이가 실소할 수밖에 없었다.
파파야는 과일과 채소로 두루 쓰이는 작물로 동남아 등지에서는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채소로 더 많이 사용된다. 과일로는 얇게 저며 건조해서 먹기도 하고 대만에서는 우유와 과육을 섞은 파파야 우유가 유명하다.
파파야를 재배하려면 일정 수준의 온도 유지가 필수라 아열대가 아닌 지역에선 재배가 어렵다. 아무리 기후변화로 작물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파파야를 포천에서 기른다는 것은 무리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더구나 채소가 아닌 과일로 판매하려면 과육이나 당도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재배가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선우팜이 주위의 우려에도 이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게 된 것은 오랜 기간 투자해 개발한 종자 개량과 스마트팜 기술을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농업이 노동력 위주의 농법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의 기술 산업으로 전환해야 미래가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다.
오경훈 대표는 “인구 감소로 농촌에는 농사를 지을 인력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농법과 생산·유통 방식을 고집해서는 미래가 없다”며 “우리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 시대 변화에 발맞춰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 대표만의 생각이 아니다. 농업 전문가나 관계기관에서는 이미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한류 열풍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우리 농산물 수출 시장이 넓어지는 변화에 맞춰 농업인을 대상으로 기존 틀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농작물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 과학이 일궈낸 기적
선우팜은 지난해 5월부터 과일 파파야의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수확한 과일 파파야에서 충분한 상품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출하된 과일 파파야는 포천에 2곳, 가평에 1곳의 직영 매장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가평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고 알려진 가평휴게소에 매장을 두고 있어 이 업체에선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같은 결과를 얻기까지 이들은 연구개발에 막대한 시간과 자금, 노력을 투자해야 했다. 선우팜이 과일 파파야를 재배하는 농장은 면적이 약 2만6천㎡에 이른다. 이 넓은 농장은 모두 스마트팜 시설로 관리되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과일 파파야는 채소로 쓰이는 그린 파파야와 다른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여기에는 종자 개량 기술이 숨어 있다. 종자를 영하 60℃로 극저온 처리해 포천의 겨울 추위와 병해충을 이겨낼 수 있는 내성이 생기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개발한 종자가 잘 자라도록 생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첨단 스마트팜 시설이 맡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산 해조류, 쌀겨, 깻묵, 콩대 등 30종의 천연재료를 섞어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고 스마트팜 기술을 통해 빛과 온도, 수분, 공기, 비료, 토양관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이렇게 해서 고급과일로서 당도와 식감, 향을 365일 일정하게 유지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팜 기술이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듯 일정한 품질의 과일을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을 스마트팜 기술이 아무렇지 않게 해내고 있는 셈이다. 농업에 활용되는 ICT 기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사례다.

작년 5천㎏ ‘결실’ 올 생산목표 4배로
친환경 무농약 재배 상품 가치 올려
레시피 개발·전국 유통망 확대 구상
오경훈 대표 “스마트팜은 무궁무진”
■ 미래 시장성
선우팜은 지난해 5월 첫 판매를 시작, 5천㎏의 과일 파파야를 생산했다. 올해는 이보다 4배 많은 2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영 매장뿐 아니라 앞서 대형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전국의 유명 관광지 호텔과 과일 소분업체, 레스토랑 등으로부터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MZ세대 취향을 겨냥한 색다름에 더해 친환경 무농약으로 재배해 상품의 가치는 더욱 뛰고 있다. 이 회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해 유통망을 확대하려는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시장은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민간 부문에서 농업회사를 중심으로 눈에 띄는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팜에는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농업 생산성과 관련해 590여 개의 데이터셋이 구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잘 활용하면 과일 파파야와 같은 시장 잠재력이 있는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딸기, 파프리카, 토마토, 가지, 멜론 등이 스마트팜 작물로 각광받으며 고부가가치 농작물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다.

농업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스마트팜 시장이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려면 민간 부문에서 활발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의 투자는 시장 성장의 토대가 될 수는 있으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공공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특정 작물에 몰리는 획일화 현상으로 인해 과잉 공급의 우려도 있다고 조언한다.
선우팜의 오 대표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오 대표는 “현재 전국에서 많은 지자체가 앞다퉈 스마트팜 시설을 지원하며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를 권장하고 있으나 우리 회사는 이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기술개발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스마트팜 농업은 농업경영인이 경험을 통해 투자와 기술 개발을 적절히 조절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앞으로 스마트팜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여 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