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신의 형상… 평안·번영 기원 ‘모음’

암호도(巖虎圖) Rock like Tiger, 조선, 지본채색, 96×108㎝, 경기대 소성박물관 소장. /경기도미술관 제공
암호도(巖虎圖) Rock like Tiger, 조선, 지본채색, 96×108㎝, 경기대 소성박물관 소장. /경기도미술관 제공

일상에는 무수한 기원이 있다. 평안과 번성에 대한 염원, 액운을 떨치고자 하는 바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삶 가까이에 있던 민화는 탐스러운 과일이나 풍성한 꽃과 나무 등의 도상으로 이러한 마음을 상징적으로 담는다. 민화 ‘암호도(巖虎圖)’는 암석과 호랑이의 형상을 조합한 그림으로, 단단한 기세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호랑이가 용맹함을 빛낸다. 장수를 뜻하는 영지와 더불어 벽사와 장수의 상징을 읽어볼 수 있다.

선대 예술가의 작품들을 좇아 과거로부터 동시대의 새로운 미(美)를 찾는 작가 오제성은 기복과 염원이 어린 과거 유물을 탐구한다. 특히 우리 주변에 있지만 공식 관리가 되지 않은 ‘비지정문화재’를 연구하며 그것의 조형적 특징과 독창성을 현대 조각으로 재해석한다. ‘INDEX#3_다보각경도’(多寶閣景圖, 2020~2024)에는 귀한 물건처럼 여러 종류의 조각상들이 놓여있다. 전통적인 분청기법에서 현대의 3D 스캔 기법에 이르는 조각상 중에는 일상에서 모시는 신의 모습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불변의 이상향으로 금강산이 그려진 민화 ‘금강산도(金剛山圖)’에는 신비로운 암석 형상들이 모여 있다. 인간 세상을 지키는 신들의 군상과도 같아 보이는 이 민화처럼, 작가 조현택의 사진에는 다양한 종교 석상들이 한 화면에 담겨있다. 그의 ‘스톤마켓’(2019~) 연작에는 부처상이나 성모마리아상, 민간신앙의 조각상을 비롯하여 신령한 동물과 위인 등 다양한 상들이 총체로 한데 있다. 동서양의 종교가 뒤섞여 기복적, 세속적 열망의 집합으로 진풍경을 이룬다.

조현택, 스톤마켓-부산, 2020, 피그먼트 프린트, 120×370㎝, ed. 25. /경기도미술관 제공
조현택, 스톤마켓-부산, 2020, 피그먼트 프린트, 120×370㎝, ed. 25. /경기도미술관 제공

작품에서 서로 다른 신 형상의 모음은 일상의 평안과 번영을 바라는 기원들의 모음과도 같다. 초월적 세계에 보내는 우리의 바람은 이토록 민화와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면면에 반영되어 왔다. 이러한 작품들은 때로 삶을 지탱하는 믿음을 돌아보거나 다지는 창이 된다.

/방초아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