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극작가 샤를로트 델보의 수감 회고록

아우슈비츠 수송 열차 탑승자 삶 등 조사

■ 우리 중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아우슈비츠와 그 이후┃샤를로트 델보 지음. 류재화 옮김. 가망서사 펴냄. 532쪽. 2만5천원

역사는 공동체의 공통 기억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로 접하는 역사는 주류의 관점에서 발굴된 과거에 가깝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과 그에 대항했던 저항 운동은 잘 알려졌지만, 그 주체는 남성 영웅들에 맞춰져 있다. 반면 여성들의 저항과 이들이 겪은 고통은 역사 속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여성들의 경험은 그저 사소한 개인적인 일화로 여겨지거나 아예 기록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프랑스 극작가 샤를로트 델보(1913~1985)의 ‘우리 중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는 반나치 활동을 하다 체포돼 아우슈비츠에 수감됐던 저자의 회고록이다. 델보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보낸 27개월의 경험과 그 이후의 삶을 바탕으로, 함께 ‘살아 있는 지옥’을 겪었던 여성 레지스탕스들의 삶과 연대를 생생히 증언한다.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향하는 수송 열차에 탔던 여성들의 삶을 조사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에서 배제된 여성들의 역할과 인간성을 복원한다.

델보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극작가이자 저항운동가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저항하다 아우슈비츠에 수감됐다. 전쟁 후 귀환한 뒤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레지스탕스와 집단적 기억을 기록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특히 그는 시와 산문, 구술 등 실험적인 형식의 글로 당시 참상에 대해 풀어낸다. 선형적인 서사를 거부하며 폭력과 부조리 속에서 느껴지는 단절감을 단순한 기록이 아닌 문학적으로 구현해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는 아우슈비츠의 여성들이 여전히 폭력과 단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다. 여성들의 기억과 이를 되살리는 언어의 힘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절실하게 묻는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