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연수구청장 ‘송도 분구 불가능, 마구 던지기식 발언 멈춰야’

정일영 국회의원 “구청장 말바꾸기… 선거 의식하는 것 아닌가”

 

연수구 인구 40만, 분구 논의하기엔 시기상조 목소리

반대 선회한 이재호 구청장 ‘차기 연수구갑 총선 의식’ 해석도

송도 1~5동으로 구성된 송도국제도시를 연수구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분구론’이 지역 정가를 달구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도 분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2025.1.17 /연수구 제공
송도 1~5동으로 구성된 송도국제도시를 연수구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분구론’이 지역 정가를 달구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도 분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2025.1.17 /연수구 제공

지난해 22대 총선 당시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뜨겁게 달궜던 ‘분구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기초지자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이 사안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는데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도 분구’가 쟁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재호 ‘분구 믿는 사람 별로 없어’ VS 정일영 ‘말 바꾸기’

이재호 연수구청장. 2023.12.07 /경인일보DB
이재호 연수구청장. 2023.12.07 /경인일보DB

발단은 지난 16일 연수구 신년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송도 분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분구가 실제로 이뤄진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마구 던지기식 인기성 발언을 하면서 주민들을 분열시키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구청장이 언급한 정치인은 ‘송도 분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일영(인천 연수구을) 국회의원으로 보입니다. 정 의원은 이 구청장의 발언이 나온 다음 날 보도자료를 내고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습니다. 이 구청장이 ‘말 바꾸기’를 했다면서 말이죠.

정 의원에 따르면 이 구청장은 인천시의 행정체제 개편이 추진되던 2022년 9월 당시 “송도국제도시 인구 유입이 빠른 걸 고려하면 연수구 분구 문제가 개편안에서 빠진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연수구 분구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정 의원은 “이 구청장 주장대로 송도 인구는 2021년 19만명에서 지난해 21만명으로 증가했다”며 “지금 와서 분구를 반대하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늘어나는 송도 인구… 22대 총선 달군 ‘송도특별자치구’

송도국제도시 인구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송도5동이 신설된 2020년 10월 당시 17만7천263명이었던 인구는 지난달 말 기준 21만2천364명으로 증가했습니다. 1만 가구 입주를 앞둔 6공구와 개발이 한창인 11공구 개발이 끝나는 2030년을 전후로 3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정일영 인천 연수구을 국회의원. 2024.6.12 /경인일보DB
정일영 인천 연수구을 국회의원. 2024.6.12 /경인일보DB

지난해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송도를 연수구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약이 쏟아진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선거 당시 정일영 의원은 물론 국민의힘 김기흥 후보도 송도특별자치구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정 의원은 재선에 성공한 뒤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송도특별자치구 설치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후 국회에서 송도특별자치구 설치 추진 토론회와 주민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정 의원이 송도특별자치구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는 ‘행정기구 일원화’와 ‘행정 수요 대응’입니다. 연수구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간 행정 권한과 업무가 겹쳐 비효율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게 이유인데요. 경제청과 구청의 기능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행정 편의를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안에 담겼습니다.

입장 바꾼 이유는… ‘연수구갑 표심 의식한 행보’ 시각

송도특별자치구 신설에 대해 연수구를 지역구로 둔 시의원들은 하나같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입니다. 연수구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40만213명을 기록했는데요. 같은 시기 남동구(48만6천225명)이나 부평구(49만3천200명) 등 연수구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도 분구 주장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송도 분구론은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연수구 원도심을 지역구로 둔 유승분(국·연수구3) 의원은 “40만을 막 넘긴 연수구 분구 논의는 현실적으로 이르다”며 “송도국제도시를 제외한 연수구 원도심의 인구는 줄고 있는데, 지역 균형 발전을 논의하는 게 우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송도국제도시가 지역구인 조현영(국·연수구4) 의원도 “송도 개발이 완료되고 송도 인구가 30만명을 넘어서는 시기인 2035년께 분구를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충분한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사안을 정치권에서 꺼내면 주민들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연수구 주민들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임에도 이재호 구청장은 반대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2014년과 2022년 두 차례 연수구청장에 당선된 이 구청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을 노리려면 분구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게 유리할 텐데도 이 같은 발언을 한 데 대해 두고 총선을 의식한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연수구 정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연수구 원도심이 지역구인 민주당 박찬대(연수구갑) 원내대표가 내년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 구청장이 연수구갑에서 총선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분구 반대 여론이 다수인 원도심 주민들 표심을 다지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했습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