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대 국보에 새겨진 자연을 향한 갈망

 

화풍 계속 변화 화파 번성 시기로

韓에 낯선 작품 등 53점 첫 공개

경기도박물관, 3월2일까지 전시

손극홍의 ‘꽃과 식물’. 2025.1.2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손극홍의 ‘꽃과 식물’. 2025.1.2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자연에 관심이 많다. 특히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자연 속에 사는 지식인들의 삶과 글은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실제 수려한 경치를 그려놓은 작품부터 그 풍경 속에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녹여 놓은 작품까지 산수화는 그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명경단청: 그림 같은 그림’은 명나라 서화의 흐름과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 53점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중국 명대는 절파(浙派)에서 오파(吳派)로, 다시 남종문인화로 집대성되면서 화풍이 계속해서 변하고 화파가 번성했던 시기이다. 이 시기 작품은 조선 중기부터 후기 말기 서화 역사의 전개와 완성에 있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뛰어난 수준을 갖춘 작품과 규모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하게 한다.

문징명의 ‘호계초당’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문징명의 ‘호계초당’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이번 특별전은 지난 2023년 경기도와 랴오닝성의 자매결연 30주년 공동선언의 문화교류 분야의 결실로, 그동안 한국에 잘 소개되지 않았던 명대 서화 작품이 최초로 공개됐다. 이 중에는 대진, 심주, 문징명, 동기창 등 명대 서화 역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과 중국 국보인 1급 유물 6점도 포함돼 있다.

전시는 송나라 궁정 회화 양식을 따른 궁정 회화가 활발했던 명대 전기, 심주·문징명·당인·구영의 작품이 중심이 된 명대 중기, 동기창과 ‘송강파’ 화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명대 후기로 나뉘어 있다. 1급 유물인 여기의 작품 ‘사자머리 거위’는 매화나무 아래 통통한 사자머리 거위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거위의 깃털과 발,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피어있는 매화 꽃이 정교하고도 세밀하다.

여기의 ‘사자머리 거위’. 2025.1.2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여기의 ‘사자머리 거위’. 2025.1.20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대진의 ‘여섯 명의 선종 조사’는 불교의 한 종파인 선종의 스승(조사)을 그렸다.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그들 사이를 나무와 돌로 구분하고, 작은 설명도 적어놓았다. 무게감 있으면서도 인물을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 작품 역시 1급 유물이다.

명대 중기 회화는 전기와 달리 화사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그림과 글씨가 어우러져 멋을 더한다. 송나라 때 학자 소식의 글 ‘적벽부’의 한 장면을 그린 구영의 ‘적벽부’(1급 유물)는 그 색감이 밝고 아름답다. 달이 뜨고 별이 비추는 희미한 밤에 몇 사람이 배를 타고 적벽 아래에서 노니는 모습이 정교하게 그려진 작품은 고요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준다.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곳곳에 찍혀있는 도장들이 눈에 띄는데, 이는 해당 작품을 봤다는 표시라고 한다. ‘적벽부’의 둥근 달 옆 산등성 언저리에 찍힌 도장이 어쩐지 절묘해 보인다.

동기창의 ‘연이어진 묵직한 봉우리’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동기창의 ‘연이어진 묵직한 봉우리’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동기창은 뛰어난 서화가이자 학자, 관리, 회화 이론가이다.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연이어진 묵직한 봉우리’는 느슨하게 흩어져 있는 산촌의 모습을 그렸다. 소나무와 잣나무, 붉게 물든 나무, 초가집과 다리, 작은 배 등이 어우러져 가을 계절의 한 때를 떠올리게 한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색감, 힘차고 아름다운 붓놀림 등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상당히 보존이 잘 되어 있어 그 면모를 구석구석 살펴보고 감상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또 긴 길이의 두루마리를 글씨까지 모두 펼쳐 놓아 서화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3월 2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