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왕 통치 수도 금성 무대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수사극
‘화마의 고삐·탑돌이의 밤·용왕의 아들들’ 3개 에피소드
3권 기획… 마지막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도 출간 예정
■ 설자은, 불꽃을 쫓다(설자은 시리즈 2)┃정세랑 지음. 문학동네 펴냄. 336쪽. 1만6천800원
신문왕이 통치하는 통일신라시대의 수도 금성. 어느 날 잿더미가 된 어린아이 둘을 포함한 네 구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튿날에도 불꽃이 일어 여섯 구의 시신이 재로 변했다. 저잣거리에는 더러운 금성을 정화하기 위해 악귀인 불귀신 ‘지귀’가 돌아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악령은 실제 존재하는 것일까. 죽은 오빠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던 설자은.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왕의 명을 받아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로 독자는 물론 OTT 드라마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인기 소설가 정세랑의 신작이 출간됐다.
‘설자은 시리즈’는 정세랑이 집필한 첫 역사소설이자 추리소설이다. 통일신라시대 수도 금성을 배경으로 집사부 대사 설자은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스토리다. 지난 2023년 시리즈의 1권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에 이어 이번 2권에서도 주인공 설자은을 중심으로 7세기 통일신라 시대의 모습을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그려낸다.
‘설자은, 불꽃을 쫓다’에서는 설자은이 본격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화재 사건과 지귀의 존재를 밝혀내는 첫 번째 사건 ‘화마의 고삐’에 이어 ‘탑돌이의 밤’, ‘용왕의 아들들’이 개별적인 스토리로 진행된다. ‘탑돌이의 밤’은 설자은의 동생 설도은이 탑돌이를 하던 중 언니가 납치됐다는 메시지를 받고 지인들과 구출을 계획하는 내용이다. 설도은은 인질범들의 요구에서 이상한 점을 감지하고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 나선다.
마지막 에피소드 ‘용왕의 아들들’에서는 다섯 개의 작은 수도(오소경)에서 발생한 산적 떼의 약탈 사건을 다룬다. 설자은은 피해자들의 신고문에서 구체적인 갈취 품목이 명시되지 않은 점에 의문을 품고 추리에 나선다. 금관소경에서 그는 사량부 최씨 가족이 용 모양의 탈을 쓴 이들에게 막내딸과 재물 중 하나를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자은과 일행은 산적들의 기묘한 행위에 당혹감을 느끼며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나간다.
시리즈의 주인공 설자은은 ‘보건교사 안은영’의 안은영에 이어, 정세랑이 만들어낸 또 다른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다. 7세기에 탐정이라는 구체적인 단어는 없었지만, 그는 상상력을 발휘해 사건의 진실을 간파해가는 여성 탐정을 탄생시켰다. 주변인, 의뢰인들의 마음 깊은 곳을 이해한다는 설자은만의 특성은 미스터리를 해결해주는 쾌감 외에도 독자에게 왠지 모를 위로를 건넨다.
아울러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한 정세랑의 이력은 ‘설자은 시리즈’라는 그만의 독특한 장르를 피워냈다.
정세랑은 통일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을 쓰기 위해 지난 2016년 경주로 첫 조사 여행을 떠났고, 7년여의 세월이 흐르고서 1권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탄생시켰다.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한껏 융성을 향해서 가다가 어느 순간 무너지기 시작”한 시대를 거울삼아 바라보고 싶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정세랑의 ‘설자은 시리즈’는 최소 세 권으로 기획됐으며 3권은 ‘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라는 이름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