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화자에 수어통역사 1명 한계

“수어는 생명·인권 보장하는 수단”

안양시에 ‘전국 최초 복수 배치’ 요청

경기도농아인협회 안양시지회 회원들이 3일 오전 안양시의회 앞에서 ‘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 복수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5.2.3  /김도현 안양시의원 제공
경기도농아인협회 안양시지회 회원들이 3일 오전 안양시의회 앞에서 ‘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 복수 수어통역사 배치’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5.2.3 /김도현 안양시의원 제공

안양지역 농아인들이 차별 없는 시정 참여를 위해 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 2명의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기초·광역의회는 물론 국회에서도 복수 수어통역사 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안양시에서 전국 최초로 복수 수어통역사 배치가 실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경기도농아인협회 안양시지회(지회장·박순임)와 안양시수어통역센터(센터장·현영옥)는 3일 오전 안양시의회 앞에서 성명을 내고 안양시가 선도적으로 복수 수어통역사 배치를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성명서 발표에 앞서 발언에 나선 현영옥 센터장은 “안양시의회는 본회의에서 1인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으나, 발화자가 2명 이상으로 진행되는 시정질문은 1명의 수어통역사가 통역하는 것에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농인 입장에서도 발화자를 정확히 구분할 수 없어 내용을 즉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워 실질적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박순임 지회장은 성명을 통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대통령의 대국민 특별담화에는 수어통역도, 재난문자도 없어 농인들은 고립된 채 혼란과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며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는데, 이러한 정보의 부재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어라는 언어를 통한 정보 제공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농인들의 인권,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2022년 한국수어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한 시의회가 실질적 제도 개선에는 미온적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날 성명 발표에 자리를 함께 한 김도현 안양시의원은 “의회사무국은 2명의 수어통역을 제공함에 있어 방송 송출에 기술적 어려움이 없고, 예산의 유연한 집행을 통해 충분히 도입이 가능하다고 두 차례 답변한 바 있다”며 “안양시가 농인의 실체적 삶을 살피고, 차별받는 시민이 없는 스마트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국 최초 제도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국 경기도농아인협회 회장도 “경기도협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수어통역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농인 사회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안양시가 선도적 제도 도입을 통해 전국이 주목하는 장애인권 모범도시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