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바다·내항만 봐도 뛰는 가슴… 이곳에 무엇 채울까 행복한 고민

 

유정복 핵심공약 제물포 르네상스·글로벌 톱텐시티 주목

문화·인적 자산 등 세계 커뮤니티로써 무한한 요소 지녀

인천의 정체성 담은 도시 구상 ‘최상의 밑그림 제시’ 목표

에드워드 양 인천시 도시정비 분야 총괄계획가가 인천 연수구 도시역사관에서 인천이 글로벌 도시로서 지닌 잠재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에드워드 양 인천시 도시정비 분야 총괄계획가가 인천 연수구 도시역사관에서 인천이 글로벌 도시로서 지닌 잠재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도시’(都市)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에 대한 시민 욕구는 높아지는 추세다. 시민들은 도시가 단순히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기보다는 건물·공원 등 도시 환경이 기능적이면서도 심미적이고, 나아가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길 바란다.

인천이 이러한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은 이가 바로 에드워드 양(55·한국명 양도식) 인천시 도시정비 분야 총괄계획가(Master Planner, MP)다. 올해 1월14일자로 임명된 양 총괄계획가는 영국 런던대 바틀렛(건축대학) 건축과 석사, 같은 대학 도시설계계획과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계 영국인이다. 인천에 오기 전 한국수자원공사 미래도시센터장, 새만금 스마트수변도시 총괄계획가, 대구시 K-2 종전부지 총괄계획가 등을 지냈다.

양 총괄계획가는 어린 시절부터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건축을 더 깊게 배우고 싶어 1997년 무작정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던 중 건축 분야에선 도시 설계가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시 전체를 이해하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 대학원에서는 도시설계계획과를 전공했다. 이런 그가 최근 돌아본 인천은 영국 런던보다도 더 역동적인 잠재력을 품은 도시였다. 인구와 자본, 공항과 바다 등 한 도시를 세계로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충분히 지녔기 때문이다.

양 총괄계획가는 “미래도시 총괄계획가는 경쟁력 있는 도시를 조성하도록 강력한 아이디어를 내서 인천시에 제안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인천은 공항을 통해 영국을 오가며 지나치는 도시였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글로벌 혁신’의 조짐이 보이는 공간적 잠재력이 풍부한 곳이라고 느낀다”며 “인천에 응축된 잠재력과 각종 역사·문화·지리적 자산을 바탕으로 신자본, 신산업, 신인구가 머무는 좋은 도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역할에 임하고자 한다”는 각오를 전했다.

10년이 넘는 총괄계획가 경력 중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활동은 2013년 한국수자원공사 미래도시센터장으로서 부산 강서구 그린벨트 지역에 스마트도시를 구상했을 때다. 당시 1천190만여㎡(360만 평) 규모의 빈 땅에 도시를 계획해야 했는데,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수변공원은 물론 도시 기능을 고려해 주거지부터 학교, 공원, 심지어 수로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구조를 짰다. 현재 이곳은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라는 이름으로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2020년 첫 삽을 뜨기까지 꼭 7년이 걸렸다.

양 총괄계획가는 “아무것도 없는 땅에 전권을 가지고 한 도시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 그 역할을 맡기로 하고도 일주일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딱 1년 6개월 만에 계획안을 완성해 당시 대통령과 관계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긍정적인 반응이 터져 나온 순간이 도시를 계획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도시 법정계획 승인이 완료되는 것까지 지켜본 후 퇴사했다. 도시 틀이 완성됐으니 그가 할 일을 다 한 셈이다.

‘글로벌 도시를 그리는 그림자’ 에드워드 양 인천시 도시정비분야 총괄계획가.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글로벌 도시를 그리는 그림자’ 에드워드 양 인천시 도시정비분야 총괄계획가.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제 양 총괄계획가의 시선은 인천에 향해 있다. 특히 그가 주목하는 부분은 유정복 인천시장의 핵심 공약이자 인천 도시 브랜드 청사진이기도 한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글로벌 톱텐시티’다.

현재 그는 인천 내항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오피스텔에 집을 얻었는데, 볼수록 제물포와 내항을 비롯한 인천 구도심 일대는 일종의 ‘소호’(문화지구)이자 글로벌 커뮤니티로 성장할 무한한 요소를 지녔다는 생각이다. 바다, 차이나타운, 각종 문화자산과 인적 자산 등이 그것이다.

양 총괄계획가는 “경관이 좋아 내항 인근에서 지내는데, 바다와 내항을 바라보면 가슴이 뛴다. 바다를 품은 도시는 문화적으로 반은 성공했다고 보는데, 여기에 어떤 것을 채우면 좋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우리나라가 문화, 경제, 그 외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이를 느끼러 한국을 찾는 이들도 많다”며 “인천이 잘 준비하면 이들을 머물게 할 ‘플랫폼 도시’가 될 것이다. 유 시장의 글로벌 톱텐시티도 이러한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내항과 제물포 일대에는 인천 역사와 문화, 영혼이 담겨져 있다고 매번 느낀다”며 “도시 재정비를 통해 제물포 일대에 금융, 광고, 법률, 회계, 나중엔 문화까지 5개 요소가 충분히 어우러져야 글로벌 도시로 가는 지표가 마련된다고 본다. 인천시가 이미 좋은 구상은 많이 해두고도 아직 이 잠재력을 꺼내지 못해 많은 고민을 하는 것 같은데, 구도심을 비롯해 인천은 이게 한 번 열리기만 하면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도시”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도시를 그리는 그림자’ 에드워드 양 인천시 도시정비분야 총괄계획가.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글로벌 도시를 그리는 그림자’ 에드워드 양 인천시 도시정비분야 총괄계획가.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제 그의 목표는 인천이 이러한 잠재력을 펼치도록 최상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일이다. 인천만의 정체성을 담아 글로벌 톱텐시티를 가시화할 수 있는 아이템, 즉 도시 공간 하나만큼은 제대로 구상해 제안하자는 목표다. 이 아이템은 나아가 도시 전체를 변화시키는 브랜딩 요소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양 총괄계획가는 “인천에 오기로 결정한 뒤, 잠재력이 많은 도시인 만큼 ‘잘 갔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나는 글로벌 도시 틀을 만들어 제안하는 그림자 역할로, 인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물러나고 싶다”며 “인천이 잘 돼야 대한민국이 잘 된다는 확신이 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부터 인천의 글로벌 도시 도약까지 최상의 결과물이 나오도록 고민하고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에드워드 양 총괄계획가는?

▲1970년 대구 출생

▲영남대 건축과 학사, 런던대 건축과 석사, 런던대 도시설계계획과 박사

▲2013년 한국수자원공사 미래도시센터장

▲2017년 새만금 스마트수변도시 총괄계획가

▲2021년 대구시 미래공간기획관(K-2 종전부지 총괄계획가)

▲현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스마트시티 겸임교수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