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만든 ‘혐오 음원’ 유통 문제점
멜론 등 사이트 ‘유해 가사’는 청취 차단
음원 유통사 거치면 제재없이 수익 ‘모순’
10대 가수인 빈첸·권기백 ‘유해매체’ 분류
업체측 “정부 규제나 회사 내규 조항 없어”
멜론, 지니, 스포티파이 등 국내외 유명 음원 사이트에서 ‘19금’ 딱지가 붙은 노래를 듣기 위해선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 노래 가사에 잔인하고 성적인 묘사가 있거나, 범죄 행위와 사회적 혐오 등을 조장하는 내용이 있어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듣기에 유해하다고 여성가족부가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미성년자들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19금 노래를 발매하고 수익을 얻는 것은 가능하다. 최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A중학교를 졸업한 16세 남학생 2명이 여성, 장애인 등에 대한 혐오 표현과 강간, 살인 등 범죄를 조장하는 노래를 발매한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2월3일자 6면 보도) 이들은 2년 전, 당시 만 14세 때부터 19금 노래를 발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성년자가 19금 노래를 발매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2018년 래퍼 빈첸(25)은 당시 만 18세 나이에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고등래퍼 시즌4’에 출연하며 19금 노래 ‘탓’을 발매했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WEST’ ‘권기백’ 등 10대 가수들이 발매한 여러 노래도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결정됐다. 이들이 발매한 19금 노래 가사에는 욕설이나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내용이 있다.
음원 유통사만 거치면 누구나 노래를 발매할 수 있다 보니 미성년자가 만든 19금 노래도 아무런 제재 없이 유명 음원 사이트에 등록되고 있다. 음원 파일과 앨범 표지, 소개 글 등만 음원 유통사에 제출하면 이 업체와 제휴를 맺은 음원 사이트에 노래가 발매된다. 음원 유통사는 음원 사이트에서 소비자가 음악을 재생하거나 다운로드해 발생한 음원 수익의 20% 내외를 수수료로 받는다.
작사·작곡가 강모(31)씨는 “소형 음원 유통사는 수수료를 매우 적게 받아 청소년들도 부담 없이 음원을 발매할 수 있다”며 “일부 음원 유통사는 혐오나 욕설, 모욕 등이 담긴 가사를 걸러내기보다 오히려 이를 발매하게끔 부추기기도 한다”고 업계 상황을 전했다.
4일 기자가 직접 한 음원 유통사에 ‘미성년자인데 욕이 있는 음원을 발매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자, ‘발매는 가능하지만 (음원 사이트에서) 미성년자 본인의 아이디를 사용할 경우 청취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미성년자들이 문제의 19금 음원들도 어렵지 않게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음원 유통사 대부분은 음원을 발매하려는 미성년자에게 보호자나 법정대리인의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을 신청서에 기재하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미성년자가 음원 수익을 정산받을 수 있도록 부모 등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한 음원 유통사 관계자는 “19금 노래를 발매해 달라고 신청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 규제가 없다는 것이 의아하다”면서 “(그렇다 보니) 회사 내부 규정에도 지나친 욕설이나 혐오 표현 등이 담긴 노래의 발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