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산업화의 기억, 문화 공간으로

다목적실·스튜디오 등 짜임새 눈길

영유아 가족 위한 수유실… 마음에 쏙

방학 맞아 23일까지 무민 가족의 모험展

1970년대 연초제조장 모습. /수원시 제공
1970년대 연초제조장 모습. /수원시 제공

‘일상 속 문화를’ 111CM 역사는?

1971년 수원연초제조장은 국가 기간산업의 한축을 담당했다. 이곳에서 일한 노동자만 1천500여명. 한해동안 생산하는 담배는 1천100억개비에 달했다. 시나브로, 88, 라일락, 한라산, THIS 등 한 시절을 풍미한 담배들이 만들어졌다.

수원 산업화를 이끈 상징과도 같은 이 공장은 담배 산업 정체와 공장 자동화 등 시대 흐름이 바뀌어 점차 축소됐다. 결국 2003년 3월14일 문을 닫았다. 그렇게 20여년이 흘렀다. 마땅한 쓰임새를 찾지 못한 이 연초제조장은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됐다.

그러던 이곳은 2021년 11월1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건축가 김준성은 111CM가 새단장한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허허벌판이던 주변엔 아파트가 들어서고, 잠자던 건축물은 새로운 시대 앞에서 깨어났습니다. 반세기를 터잡았던 건축물의 일부를 보존해 수원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했죠.”

옛 수원연초제조장 모습. /수원시 제공

옛 수원연초제조장 모습. /수원시 제공

옛 수원연초제조장 모습. /수원시 제공

옛 수원연초제조장 모습. /수원시 제공

111CM라는 공간의 이름은 이곳의 위치에서 유래했다. 수원시 정자동 ‘111’번지 복합문화공간(‘C’om‘M’unity)라는 뜻이다.

이곳이 문을 연 지 꼬박 3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전시, 공연이 열렸다. 봄 가을에는 플리마켓이 열려 일대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다수 문화행사가 무료라는 점에서 심리적인 문턱도 그리 높지 않다.

111CM을 관리하는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이 공간을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연초제조장에서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역사와 문화재를 보존하고 현재는 복합문화예술을 선보이는 가변적인 공간이죠. 한가지 방향성보다는 시민을 위한 여러 문화예술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복합문화공간 111CM /수원시 제공
복합문화공간 111CM /수원시 제공

투박한 잿빛 건물 들어가보니

투박한 잿빛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111CM은 역사의 흔적이 깃든 옛 연초제조장 건물 일부를 보존했다. 건물 내외부에 그런 흔적이 보인다. 건물 입구에는 현재 진행 중인 무민의 모험전을 알리는 포스터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111CM에는 공간 대여가 가능한 스튜디오와 다목적실 등이 있다. 2025.2.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111CM에는 공간 대여가 가능한 스튜디오와 다목적실 등이 있다. 2025.2.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내부는 규모가 꽤 넓다. 회화뿐 아니라 설치 작품을 소개할 때도 큰 어려움이 없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놀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전시공간뿐 아니라 다목적실, 스튜디오, 창작활동 교육실을 비롯해 공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대관도 이뤄진다.

111CM 내부에 마련된 수유실. 2025.2.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111CM 내부에 마련된 수유실. 2025.2.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그중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은 단연 ‘라운지’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를 모토로 한 이 공간은 계단처럼 층층이 쌓아올린 구조다. 어린아이들은 이곳에서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놀기도 한다. 공연이 열릴 땐 관람객들에게 쉼을 제공하는 의자가 되기도 한다.

영유아와 함께 찾는 관객을 위해 화장실 옆에는 수유실이 마련됐다는 점도 퍽 마음에 든다.

겨울방학 특별전 ‘무민 가족의 모험전’

무민 그림책 속 주요 장면을 재현한 픽쳐북. 2025.2.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무민 그림책 속 주요 장면을 재현한 픽쳐북. 2025.2.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내 인생에 들어온 여러분 모두 고마워요. 덕분에 내 인생은 진정 아름다워졌어요.” (소설 ‘무민 파파의 회고록’ 중)

핀란드의 예술가인 토베 얀손이 탄생시킨 세계적인 캐릭터 무민은 문학을 넘어 연극, 영화, 뮤지컬과 애니메이션까지 섭렵했다. 무민의 특징인 오동통한 체구와 앙증맞은 얼굴은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단번에 사로잡는다. 또한 다정하고 따뜻한 스토리를 담은 무민 가족의 일상 이야기는 시민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낙관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무민의 모험전 곳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있다. 2025.2.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무민의 모험전 곳곳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있다. 2025.2.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이런 무민이 수원 복합문화공간 111CM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무민 가족의 모험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에선 무민의 다양한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겨울방학 특별전으로 호응에 힘입어 한차례 기간을 연장해 진행되고 있다.

전시 중심에는 무민 소설책이 자리한다. 혜성이 다가온다, 무민의 겨울, 보이지 않는 아이, 무민파파의 회고록 등 소설 8권 중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은 이야기 4개를 선정한 것이다. 소설 속 무민 가족은 꿈과 희망, 도전과 모험이라는 가치를 실현한다. 이런 스토리는 무민 캐릭터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무민 가족의 모험전 전경. 2025.2.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무민 가족의 모험전 전경. 2025.2.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전시장 한편에는 무민 극장이 마련됐다. 스크린이 비치는 얇은 커튼 밖으로 무민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새 친구 리틀 미이’ ‘마지막 드래곤’ ‘무민 골짜기의 여름 호수’ ‘괴물 물고기’ 등 다채로운 스토리가 20분마다 새로이 펼쳐진다.

무민 가족의 모험전. 2025.2.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무민 가족의 모험전. 2025.2.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전시장 곳곳에는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흔적도 보인다. 터치형 스크린을 통해 성격 테스트를 하면 본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무민 캐릭터를 알려주거나 그림책 속 주요 장면을 재현한 픽쳐북도 눈길을 끈다. 픽쳐북은 인기 그림책인 ‘무민과 밈블 그리고 리틀미의 이야기’ 속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 공간에서 시민들은 책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